타이어를 들고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타이어를 들고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자동차 산업 기술 축이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에서 시작된 변화가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택시, 휴머노이드로봇 등으로 확장되며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AI 투자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물리공간에서 스스로 판단·작동하는 자율·로보틱스 시스템이 제조·운용 측면에서 활용 폭이 큰 데다, 이 같은 특성이 미래차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AI 산업 육성 등 미래 신사업을 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50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핵심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로보택시, 로보틱스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룹은 이를 위해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를 처리하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율·로보틱스 시스템이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학습·운영하는 기반을 마련해 물리공간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완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로보택시, 로보틱스가 마주하는 복잡한 현실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검증하는 피지컬 AI는, 실사용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센터는 AI가 학습한 자율·로보틱스 시스템 안전성을 실증하며,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 실행은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시뮬레이션 플랫폼 아래 실제 도로·공장·물류센터 환경을 옴니버스 기반으로 구현하고, 아이작 심을 통해 주행·동작 상황을 물리엔진으로 처리한 뒤, CWFM(Cosmos World Foundation Models)이 이를 확장·합성해 시나리오 폭을 넓히는 구조로 이뤄진다.

아틀라스가 차량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가 차량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서는 그룹의 AI 인프라 정비에 따라 기술 적용 속도가 본격적인 실사용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현실 도로를 정밀 구현한 가상 주행 환경을 기반으로 대규모 시뮬레이션 트레이닝이 가능해지면서 알고리즘 검증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연말로 예정된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 생산라인 시험 투입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꼽힌다. 현장 자동화 수준이 단순 보조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 단위로 확장되며, 제조 방식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제조 영역 전반에서도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로봇 투입을 통한 인력 의존도 최소화, 셀 기반 생산 방식 도입에 따른 공정 유연성 확대,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물리–가상 공간의 실시간 연동 등이 맞물리며 스마트팩토리 전환 흐름이 한층 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는 휴머노이드로봇이 투입되는 무인 공정과 AI 기반 예측·자율 운영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생산 체계 구축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현대차그룹이 AI 기반 기술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확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모셔널의 로보택시 서비스 재개, 아틀라스 양산형 모델 공개,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신공장 가동이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로봇은 전기차와 구동계 구조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그룹의 전동화 기술력이 피지컬 AI 수요 확대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디지털트윈 기반 공장 최적화 확산에 따라 로봇 운영·유지보수·통합관리 등 신규 영역에서도 성장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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