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동양생명의 체질개선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예실차 악화로 3분기 실적이 크게 둔화됐지만, 보장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에 힘입어 수익기반과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단기실적 측면의 변동성에서도 자본·수익구조의 질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파업 여파에 악화된 예실차···실적 감소로 연결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순이익은 10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본업인 보험손익은 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0%나 줄었는데, 이는 예실차(-651억원)로 인한 것으로, 전년 동기(143억원) 대비 큰 폭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영향이다. 예실차란 보험사가 예상한 손해율과 실제 손해율의 차이로, 그만큼 예상했던 것보다 지출이 컸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예실차가 벌어진 배경으로 의료파업을 꼽고 있다. 작년 의료파업으로 둔화됐던 진료수요가 의료정상화 이후 급격히 유입되면서, 지급보험금과 함께 손해율이 급증했단 설명이다.
실제 동양생명의 3분기 말 누적 손해율은 91.9%로 전년 동기 대비 9.6%포인트(p)나 급등했으며, 이에 3분기 누적 보험금 예실차는 작년 -56억원에서 올해 -556억원으로 열배 가량 악화됐다.
다만 주요 4개 보험사(삼성생명·삼성화재·한화생명·DB손보)의 보험금 예실차가 같은 기간 2045억원에서 -6084억원으로 악화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단 평가도 나온다.
◇건강보험 중심 영업포트폴리오 강화···수익기반 '견고'
주목할 부분은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체질개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동양생명의 제3보험 수입보험료는 1조8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6%나 급증했다. 이는 제3보험 수입보험료가 3000억원 이상인 중대형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업계 평균 증가율(11.2%)을 크게 웃돈다. 초회보험료로 한정하면 전년 대비 90.2%나 급증했다.
이는 CSM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동양생명의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2조797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7% 증가했다. 계리적 가정의 조정 등의 여파에 신계약 CSM(4258억원)이 전년 대비 24.9%나 줄었음에도, 신계약 CSM 내 건강보험의 비중이 82.4%(3510억원)로 일년새 23.1%p나 확대됐기 때문이다.
유지율도 개선됐다. 3분기 말 기준 13회차 유지율은 89.9%로 90%에 달하며, 25회차 유지율은 83.6%로 전년 대비 17.7%p나 개선됐다. 보장성 부문의 25회차 유지율(77.5%) 9.1%p나 개선되는 등 장기고객 중심으로 고객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업계에서 이번 예실차 악화를 일회성 요인이라 인식한 것을 고려하면, 수익기반 자체는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개선된 재무건전성···해외채권 중심 포트폴리오 조정 성과
동양생명의 발목을 잡아왔던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동양생명의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172.7로 올해 1분기(127.2%)와 비교해 45.5%p나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수준(130%)을 크게 상회한다.
동양생명은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전부터 재무건전성의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자본확충에 주력해왔다. 지난 5월에는 5억달러(한화 약 7400억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이달 초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 가용자본을 확충했다.
투자 부문의 포트폴리오 개선 노력도 더해졌다. 3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의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2조2828억원으로 1분기 대비 14.3%나 줄었는데, 이는 주가나 환율 등 시장가격 변동에 좌우되는 시장위험액이 6133억원으로 49.7%나 급감한 영향이다.
좀 더 살펴보면 3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 33조1146억원 중 안전성이 높은 해외채권 비중이 20.5%로 전년 말 대비 6.3%p나 확대됐다. 반면 대출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18.7%에서 14.3%로, 수익증권의 비중도 9.3%에서 8.5%로 축소됐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조정한 결과 위험액이 극단적으로 줄었단 설명이다.
◇묵묵한 체질개선이 탄탄한 시장평가로···실적 정상화는 과제
이 같은 노력은 시장평가로도 이어졌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는 동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 신용등급을 기존 'AA(상향검토)'에서 'AA+(안정적)'으로, 후순위채 등급을 'AA-(상향검토)'에서 'AA(안정적)로 상향한 바 있다.
상향조정의 핵심 근거는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이다. 다만 외화 후순위채 발행으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개선된 점, 보장성보험 신계약이 확대되면서 CSM 잔액이 증가세를 유지한 점, 낮은 가중부실자산비율 등이 반영됐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스프레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채권의 발행금리는 3.65%로 지난달 28일 기준 국고채 5년물 금리(2.755%) 대비 89.5bp(1bp=0.01%p)의 스프레드가 반영됐다.
이는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중 가장 낮은 스프레드로, 신고금액인 10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6380억원 규모의 응찰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이 같은 흥행은 우리금융그룹 편입효과에 더해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양생명의 3분기 실적은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충격에 가깝다. 의료정상화 충격에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보장성 중심의 영업 강화와 자산포트폴리오 측면의 체질개선으로 수익기반은 오히려 견고해졌다. 이처럼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 향후 실적 정상화의 발판이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자산건전성 강화 전략에 따라 당분간 내실을 다지는 구간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지급여력비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금융 그룹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