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뉴욕증시가 연말 산타랠리의 불씨를 살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투심 악화로 장 초반 주가지수가 급락하기도 했으나, 다시 살아난 구글발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막판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엔비디아와 구글간 치열하게 펼쳐지는 AI 대전 속에 엔비디아는 장 마감까지도 하락세를 뒤집지 못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64.18포인트(1.43%) 상승한 4만7112.4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76포인트(0.91%) 상승한 6765.8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53.59포인트(0.67%) 오른 2만3025.59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장의 흐름은 '전약후강'의 양상을 보였다. 지수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이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다음 달 크리스마스 전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들은 케빈 헤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차기 의장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콕 집어 전했다.
헤셋은 트럼프의 측근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저금리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주 "금리를 낮출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치솟던 터라 시장은 반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전날 81%에서 85%까지 높아졌다.
LNW의 론 알바하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하 기대가 며칠 만에 40%에서 80%로 급등한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12월 10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말 '산타 랠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근원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상무부가 발표한 같은 달 소매 판매도 0.2% 증가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률 둔화는 연준의 핵심적인 금리결정 지표다.
반면 콘퍼런스보드(CB)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8.7로 전달보다 6.8포인트 하락해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 부진이 역설적으로 증시에 호재가 되는 '배드 이즈 굿(Bad is Good)' 장세가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글로벌 국채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6bp 떨어진 4.00%,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는 3.2bp 하락한 3.457%를 각각 기록했다.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3% 하락한 99.82를 기록하며 다시 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주요 7개 기술주에 해당하는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은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그동안 AI 황제주였던 엔비디아가 경쟁 심화 우려로 하락한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엔비디아와 구글의 첨예한 AI 주도권 경쟁에 쏠렸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이 메타가 구글의 TPU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메타는 그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구매해 왔다.
구글은 지난 18일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을 출시해 호평받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잠자던 거인이었던 구글이 완전히 깨어났다"고 추켜세웠다.
엔비디아는 장 초반 6%까지 급락하다가 2.59%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반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1.62% 올라 시가총액 4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메타의 주가는 3.78% 급등했다.
메타는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 발표 이후 최근 한 주간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졌으나 TPU 도입 가능성으로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커지며 급반등한 것이다.
고성능 주문형 칩(ASIC) 부문에서 알파벳과 연관된 브로드컴(1.9%) 역시 강세를 보였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1조8180억달러에 달해 테슬라와 메타를 앞서며 M7을 대체할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이같은 AI 판도 변화로 엔비디아와 함께 AMD의 주가도 4.15% 급락했다.
이밖에 대형 기술주도 대부분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6%, 아마존은 1.5%, 애플은 0.38%, 테슬라는 0.39% 상승했다.
가상 화폐는 이날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가상 화폐 전문 거래소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7%가량 하락한 8만6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 진전 기대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89달러(1.51%) 하락한 배럴당 57.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0.89달러(1.4%) 내린 배럴당 62.48달러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한편,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인 28일 휴장하며, 29일에는 오후 1시 조기 폐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