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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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SMR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해외 세일즈 외교와 산업 모멘텀이 맞물리며 "투자 구조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SOL 미국원자력SMR',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등 관련 ETF들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고, 신규 ETF들은 상장 초반 프리미엄이 빠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25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SOL 한국원자력SMR'은 상장 후 고점이 29.46%였지만 최근 누적 수익률은 9%대로 낮아졌다. 이달 상장한 'TIGER 미국AI전력SMR'도 –18%대 약세를 보였다. AI 전력 테마의 단기 과열과 차익 실현이 겹친 데다, SMR 사업화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산업 실체화 속도를 다시 점검하는 분위기다.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매출·수주·규제 환경이 확인된 뒤 접근하겠다는 관망세가 이어지며 ETF 자금 유입도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SMR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업 운전 사례 부족, 국제 인증·경제성 검증, 폐기물 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산업과 정책 측면에서는 오히려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혁신형 SMR(i-SMR) 개발과 인허가 제도 개선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 로드맵을 추진 중이며, 전날 튀르키예와의 에너지 협력을 논의하는 등 최근 중동 순방에서 SMR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한국전력과 UAE 원전 운영사 ENEC가 SMR 협력 확대 MOU를 체결하면서 해외 협력도 구체화됐다. 이는 한국 기업이 해외 원전 사업에서 설계·운영·부품 공급 등으로 진출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관련 기업들의 밸류체인 참여 기대도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전기술 등 기존 원전 역량이 큰 기업들이 냉각장치·계측장비·원전 소재 등 SMR 핵심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SMR ETF도 기존의 발전사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부품·소재·안전설계 기업 비중이 확대되는 방식으로 테마가 자연스럽게 세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SMR처럼 밸류체인이 긴 산업일수록 테마가 공정·부품 단위로 나뉘기 때문에 ETF도 공급망 중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MR에 대한 시장 기대 역시 여전히 견조하다. 모듈형 생산 방식에 따른 비용 절감, 분산형 전력 공급 가능성, 탄소중립 대응 등 기술적 장점에 더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충과 AI 연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SMR 시장이 2024년 1억5940만달러(약 2352억원)에서 2035년 5억1700만달러(약 7629억원)로 성장할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원자력 산업 재편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TF 출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한국원자력SMR', 미래에셋의 'TIGER 미국AI전력SMR'에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25일 'KODEX 미국원자력SMR'을 상장한다. 업계에서는 SMR이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성장 테마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선점 경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모멘텀과 산업 기대감에 비해 실제 사업화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SMR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관련 ETF 역시 중기·장기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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