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125조2000억원을 국내 미래 사업에 투자한다.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의 올해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는 등 자동차산업 안정화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16일 현대차그룹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 회의가 종료된 뒤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대미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자 정의선 회장은 "이번에 국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그 신세를 꼭 갚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 대규모 투자로 답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125조2000억원은 사상 최대 규모다. 직전 5년(2021~2025년) 89조1000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36조1000억원 늘었다. 연평균 25조400억원씩 투자하는 것으로,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17조8000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액수다.

투자 유형별로 125조2000억원 가운데 50조5000억원은 미래 신사업 분야에 투입한다. 인공지능(AI)와 소프트웨어발전차(SDV), 로보틱스, 수소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지속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피지컬 AI 로봇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을 담당할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이곳에서 실제 산업 현장 투입 전 안전성·신뢰성을 최종 검증하게 된다.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기 개발 등에도 투자한다. 그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기가와트(GW) 규모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 센터와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하고, 이를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는 38조5000억원을, 경상 투자에는 36조2000억원을 각각 책정했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국내 관련 산업을 고도화하고, 연관 산업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 도약을 통한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은 모빌리티 생산 중추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더욱 공고히 하고자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준공해 지난해 218만대였던 국내 완성차 수출량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고, 전동화 차량 수출량은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키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중장기 투자 계획과 별개로, 국내 공급망 부담을 덜기 위한 단기 조치도 함께 내놓았다. 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실제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은 관세 비용을 매입 가격에 반영해 상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원 규모는 향후 1차 협력사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미 관세 지원은 협력사 운영 자금 확보와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협력사 경영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직접 거래가 없는 2·3차 협력사 5000여곳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 원자재 구매와 운영 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의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그룹 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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