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국내외 전략 조직에 변화를 단행하면서 연말 인사에서도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제한적 개편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 행보는 당초 전망과 다른 방향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해킹 등 외부 위협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응 체계를 일원화하고자 '그룹사이버위협대응팀'을 출범시킨 것으로, 팀장은 양기창 현대차 통합보안센터장이 맡았다.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대응 조직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조직은 차량·공장·클라우드로 확장된 공격 면을 단일 체계로 통합 관리하며, 취약점 점검·위협 분석·대응 프로세스 고도화를 전담한다. 최근 통신·플랫폼 업계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고, 그룹 내부에서도 지난 3월 일부 임직원 정보가 노출된 만큼 보안 체계 강화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발전차(SDV),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 비중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안 조직을 최고 경영진 직속으로 격상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주요 시장 인사 변화도 조직 개편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은 베이징현대 설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인 총경리를 선임했다. 기존에는 현대차 몫으로 유지돼 온 직책이었지만, 중국 출신 리펑강 전 퍼스트오토모빌웍스-아우디 부총경리를 기용하면서 사실상 현지 전략 재구축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판매·마케팅·유통을 총괄하는 핵심 자리를 현지 전문가에게 맡긴 만큼 중국 내 판매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룹은 일본과 인도에서도 현지인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했다. 일본에는 포르쉐재팬 출신 시메기 토시유키 CEO를, 인도에는 마루티 스즈키 출신 타룬 가르그 CEO를 각각 기용했다. 세 시장 모두에서 현지 중심 체제로 강화하는 행보는 시장별 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현지 인물을 전면 배치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현지 특화 전략을 강화하려는 정의선 회장의 글로벌 전략 연장선으로 읽힌다.
러시아 관련 움직임도 신흥시장 전략 조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달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에 다수의 상표를 신규 등록했으며, 사용 기한은 2034년까지다. 이로써 러시아 내 자동차 및 부품 생산·판매에 필요한 법적 권한을 다시 확보한 셈이다. 러시아 공장 재매입 옵션 종료를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이뤄진 조치여서 일각에서는 복귀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회사 측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통상적 절차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차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듬해 말 러시아 사업 지분 100%를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매각하며 철수했다. 당시 계약에는 2년 내 재인수할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인구 1억4600만 명의 대형 시장으로, 연간 판매 규모는 155만~180만 대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제한적 개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흐름은 정반대"라며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 신설과 주요 시장 현지인 CEO 선임 등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그룹 조직 전반을 재정비하려는 기류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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