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방산 투자 협력이 공식화되며 K-조선의 대미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투자 실행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 착수하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정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가 조선 협력 부문으로 배정됐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현금 투자에서 벗어나 한국 조선사가 투자처를 제시하고 미국이 승인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특히 조선업 협력에 관해 정부 보증이 인정돼 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한층 줄었다는 평가다.
이에 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신규 선박 건조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우리의 외환 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선업 부활은 한국의 기술과 함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미 협력의 새로운 축이 조선 산업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조선 3사(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는 구체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HD현대는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미국 조선소 현대화 및 자율항해 기술 공동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리조선소에 약 50억달러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개조(MRO)를 비롯해 조선소 자동화, 미국 국적 선박 신규 건조 분야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APEC 기간에 한미 조선 협력은 단순한 선박 생산을 넘어 해양 방산 분야의 신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방산 기업인 안두릴(Anduril)과 손잡고 무인수상정(USV)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한화는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인 해벅AI와 협력해 해양 방산용 AI 군집제어 시스템 개발한다. 해당 협약들은 조선 기술력에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해양 전력을 구축하는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USV는 미래 해전의 게임 체인저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9억2000만달러에서 연평균 11.5%씩 성장해 2032년에 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HD현대와 한화가 미국 테크 기업과 손잡고 미국 해양방산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또다른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SSN) 관련 발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잠수함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며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회담 자리에서 "미국이 연료 공급을 허용한다면 한국 기술로 SSN을 건조해 한미 연합 방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SNN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군사 협력 수준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조선업은 단순한 선박 수출 및 건조를 넘어 마스가 프로젝트, AI 방산 기술 협력,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통상과 안보 그리고 기술 산업 전반으로 외연을 확장하게 됐다. 다만 본격적인 성과는 인력난, 규제 리스크, 원자력 협정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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