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30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한 부분적 합의에 도달하며 얼어있던 양국 관계에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이 해운·조선 분야의 제재를 철회하는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가 공개되며 국내 조선사 및 해운사의 글로벌 협력 재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무역 긴장 완화를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양국은 상호 보복 조치를 중단하고 해운 및 조선 부문을 포함한 일부 산업 제재를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부터 유지해 온 미국 및 우방국 조선·해운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중국 해운·조선 부문 조사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를 공개하며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및 일본과 전략적 협력을 지속하면서 중국과의 상호 이해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는 한화오션이 꼽힌다. 중국은 지난달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거래 금지 명단에 포함시켰다. 업계는 이번 합의로 해당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라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프라 확충 가속을 비롯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본격적 가동을 위한 동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합의로 마스가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며 "한화오션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운임 리스크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항만 입항 수수료 인상 조치를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지난해 급등했던 운항 비용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비 절감과 선복 회전율이 다소 개선될 것이 전망되지만, 일각에선 글로벌 교역 둔화 및 관세 등에 대한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한다. 

희토류와 주요 광물 수출 통제 완화도 눈에 띈다. 중국은 희토류·갈륨·게르마늄·흑연 등 주요 광물의 수출 제한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포괄적 허가가 중국이 시행한 수출 통제의 사실상 철회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교역 정상화에 따른 기회를 기대하면서도 '단기적 휴전'에 머무를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번 합의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한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끊어졌던 관계가 다시 연결되는 흐름에서 부분적 완화라 할지라도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국내의 산업적 지형을 유리하게 바꿔준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업에서 한·미간 이해가 서로 대치되는 부분이 없는 만큼,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미국 시장을 점진적으로 열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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