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인하와 각종 페이 등장으로 업황악화에 시달리던 은행계 카드사들이 자사 은행과의 합병설에 휘말리고 있다.(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카드사들이 최근 법인카드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경쟁력 악화에도 법인카드의 경우 개인카드보다 결제금액 규모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시장 내 '절대강자'가 없어서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이 총 5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승인금액도 늘었다. 2분기 전체카드의 평균승인금액은 4만168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가운데 이 중 법인카드의 평균승인금액은 14만3954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6.7%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0.5% 늘었다.

개인카드 평균승인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6.1%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법인카드 이용 증가세가 두드러진 양상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최근 법인카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법인카드 특성상 개인카드와 비교해 건당 이용금액이 크기 때문에 수익성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연체율 우려도 크지 않아 건전성 관리에도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B2B(기업 간 거래) 조직개편 단행, 법인카드 출시, 플랫폼 다변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대 금융 계열 카드사들은 근소한 점유율 차이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법인카드 결제액의 16.31%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카드(16.10%), 신한카드(14.94%), 우리카드(15.16%)등의 순이었다. 

하나카드는 올해 1월 성영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그룹 산하 기업본부를 강화하고, 영업그룹장이 기업본부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달 말에는 기업카드 관련 거래를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개인카드처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기업카드 홈페이지 및 모바일앱 기능을 개편했다.

이에 하나카드의 법인신용카드 이용자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25만2000명으로, 작년 동기(24만1000명)와 비교해 1만명 이상 늘면서 카드사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와의 콜라보 영업을 통해 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업고객의 만족도와 거래 기여도도 높기 때문에 법인고객 기반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김재관 대표이사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14그룹 4본부에서 13그룹 4본부로 개편했는데, '개인고객그룹, 기업고객그룹, 소규모사업·중소기업(SOHO·SME)본부'가 '개인영업그룹, 기업영업그룹, SOHO·SME영업본부'로 변경됐다. 

이 중 'SOHO·SME영업부', '임베디드제휴사업부' 등 B2B 사업 모델 구체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신사업 추진 조직이 확대한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중 하나다. KB국민카드는 올해 6월 법인등록번호 기준으로 크레딧이 적립해 회사 차원에서 통합 관리가 가능한 'KB국민 대한항공 법인크레딧 기업카드'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전반적인 기업실적 성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기업 비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고객 대상 맞춤형 솔루션 제공과 파트너십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B2B 신시장 발굴 및 KB금융그룹과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B국민카드의 경우 법인체크카드 이용금액을 포함할 경우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도 법인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의 결제 계좌로 연결된 가맹점에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등 그룹계열사와 협업을 강화했다. 이달 8일에는 '수입축산물 신한카드 법인' 카드를 선보이는 등 신상품 출시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그룹 내 타계열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수익성 중심의 영업 확대 전략을 펼쳤던 부분이 주효했다"며 "앞으로도 신시장 발굴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진성원 사장의 취임 후 핵심영역 압축성장의 일환으로 법인 영업에 집중한 모습이다. 올해에는 웹케시와 협업으로 기업카드 모집채널을 확대, 이달 웹케시와 경리나라 전용 카드의정석 기업 'Plus+ Point'를 내놓는 등 상품도 확대했다. 웹케시의 중소기업 고객을 우리카드 법인고객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금융지주 밸류업 전략으로 수익성 위주 이용액 포트폴리오 관리 등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인카드 신 결제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신규 롯데 법인카드 BI(Brand Identity)가 적용된 '로카 코퍼레이트(LOCA Corporate)' 프리미엄 법인카드 2종 홍보 이미지. (사진=롯데카드)
신규 롯데 법인카드 BI(Brand Identity)가 적용된 '로카 코퍼레이트(LOCA Corporate)' 프리미엄 법인카드 2종 홍보 이미지. (사진=롯데카드)

주거래 은행과 연계 혜택이 없어 상대적으로 영업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비은행계 카드사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은행계 카드사 중 가장 높은 법인카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롯데카드다. 롯데카드는 지난 2021년 법인영업 조직을 금융사업본부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2021년 말 15조829억원이었던 취급고가 작년 말 23조6945억원으로 성장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신규 법안카드 BI인 '로카 코퍼레이트(LOCA Corporate)'를 론칭, 관련 수익을 높이고 있다. 법인 론칭과 함께 프리미엄 법인카드 상품인 '로카 코퍼레이트 제우스(LOCA Coporate Zeus)'와 '로카 코퍼레이트 포세이돈(LOCA Corporate Poseidon)'카드도 함께 출시했다. 

이외에도 법인회원 전담 케어 서비스를 통해 법인 전담 고객센터와 법인회원 전용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디지털 토탈 지원 서비스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 법인회원 업무 사이클에 최적화 된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차별화 전략과 특화상품이 영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법인 신용판매 취급고 증가에도 직접적 기여를 했다"며 "법인카드 로카 코퍼레이트 제우스는 1년만에 약 2500개사 법인에 발급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향후 카드사들의 법인카드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0.05~0.1%p 인하된데다 지난 6월부터 가계대출 규제 범위가 카드론까지 확대되면서 실적 방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월부터 반영된 가맹점 수수료율로 인한 수익 저하가 상반기 실적에 반영된 모습"이라며 "향후에도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수익원을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법인카드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 수익처로 인식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