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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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으로 카드 결제액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0%에 가까운 수수료로 오히려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8월 3일 자정까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지급된 소비쿠폰은 총 5조 7679억원으로, 이 중 46%인 2조6518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9개 카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롯데·비씨·삼성·현대·NH농협)의 소비쿠폰 사용액과 매출액을 분석해보면 지급이 시작된 7월 4주차(21~26일) 가맹점 전체 매출액이 직전 주인 7월 3주차보다 19.5%나 증가했다.

7월 5주차 매출액도 7월 3주차와 비교해 8.4%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5%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 업종별 매출액 증가율은 의류·잡화(22.9%), 학원(22.8%), 여가·레저(19.9%), 음식점(16.8%) 순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소비쿠폰 지급으로 인한 하반기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지난 2021년 재난지원금과 달리 영세·중소업장에 한정돼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는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229만2000개)에는 신용카드 0.4%, 체크카드 0.15%가 3~5억원 이하 가맹점(27만8000개)은 신용카드 1.0%, 체크카드 0.75%가 적용된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큰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수수료도 신용카드 1.45%, 체크카드 1.15% 수준이라 신용판매 손익분기점이 1.5%인 카드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역마진 구조다. 

인프라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객들이 소비쿠폰을 신청하는 앱·홈페이지 서버 구축 비용과 소비쿠폰 결제액-일반 결제액을 구분하기 위한 전산 비용 등은 행안부 지원 없이 온전히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재난지원금과 비교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낮아진 상황이라 역마진 우려는 더 커진 상태"라며 "정부가 소비 활성화 측면에서 소비쿠폰을 통해 소비진작을 시켜주고, 카드사들이 상생 차원에서 동참하는 구조라 수익 기대감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당국의 지속적인 '상생' 요청으로 난감한 실정이다.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이 0.05~0.1%p 인하돼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는데, 지난달 9일 1차 소비쿠폰 지급에 앞서 정부가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율을 더 낮춰달라고 요구해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월 2차 소비쿠폰 신청과 취약계층의 채무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등 당국의 상생 방안은 겹겹이 쌓여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영세·취약계층의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대손비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신한카드의 경우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5097억원에 달해 작년 상반기(4357억원)보다 17% 증가했다.

삼성카드 역시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으로 전년대비 13.4% 증가한 3585억원을 적립했고, KB국민카드는 대손비용 4188억원을 쌓았다. 다른 카드사들도 대손비용이 5~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비용을 만회할 창구였던 카드론이 막힌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카드론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3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해 카드론에도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이용한도 축소를 유도했다.

이에 따라 국내 9개 카드사의 6월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148억원으로 5월말(42조6571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카드사들은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카드론 감소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체적인 업황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진작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지만 본업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신사업을 구상할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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