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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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경기 불확실성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영향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은 무이자 혜택을 축소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자 무이자 할부를 축소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지난달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3~5개월 수준으로 축소했다. 삼성·신한·현대카드도 온라인 쇼핑 결제 무이자 할부 기간을 기존 최대 5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계속 낮아지자, 무이자 할부를 줄여 순이익 방어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신용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882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드사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조274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7.1% 줄었다.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전업 카드사 6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삼성·현대)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이익은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25억원)대비 18%가량 감소했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5개사 당기순이익이 작년동기보다 쪼그라들었다.

이는 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6개 카드사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1조94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600억원)과 비교해 10.5%(185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충당금 확대 적립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대손비용은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카드론 등 대출을 갚지 못한 고객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의 실적은 어두울 전망이다. 올해 6월 27일 가계대출 규제가 도입된데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에 따라 여신사업도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9곳의 카드론 잔액은 6월말 기준 42조5148억원으로 직전월과 비교해 0.33% 감소했다.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 비용도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드뱅크는 7년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프로그램으로, 취약 계층 채무 탕감을 목적으로 추진중에 있다. 정부는 배드뱅크 소요 재원 중 4000억원 가량을 전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결정, 배드뱅크 매입 대상 채권 중 카드사는 1조6842억원을 차지하고 있어 분담액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금리가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채 신규발행금리는 2021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3.6%에 육박, 올해 1분기까지 해당 수준이 유지된 바 있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추가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리 안정화가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들은 가장 큰 실적 저하 요인인 대손비용을 중장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분기 말 부실채권을 적극 매각, 연체율은 상반기 기준 평균 1.42%로 1분기와 비교해 0.19%p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 시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방어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아 무이자 할부 혜택을 늘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올해 1분기 더 낮아져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할부 혜택을 축소했다"며 "배드뱅크 등 하반기 비용 부담 요인이 추가돼, 내수 경기 활성화만이 유일한 수익 개선 방안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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