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직원이 용광로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직원이 용광로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철강을 비롯한 주요 금속 품목은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국내 철강업계는 고율 관세 장벽이 지속되는 만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철강 산업의 깊어가는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가장 크다.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9000만달러(약 46조원) 중 42억4700만달러(약 6조원)가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특히 미국 내 철강 가격은 글로벌 평균보다 20~30%가량 높은 수준으로, 주요 철강사들의 핵심 수익 창출 시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올해 5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고, 톤(t)당 수출 단가도 9.4% 하락했다. 

철강업계는 고율 관세가 장기화되면 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이 비중이 높은 강관 업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 수출에서 강관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3.9%에 달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의 경우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 대한 비중이 큰 만큼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자동차 강판, 에너지용 파이프, 특수강 등 미국 수출 전략 품목들도 고율 관세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마진을 줄여 관세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과 정부가 국내 철강 산업을 위해 확고한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현지 생산 확대 및 고부가 제품 전략 병행 = 철강업계는 우선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 투자 규모는 약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도 이 프로젝트의 공동 참여를 검토 중이다. 두 회사가 해외 철강 사업에 공동 투자하는 것은 처음으로, 향후 이차전지 소재 등 분야까지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철강 기술 개발 역시 대미 시장 공략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미국기계기술자협회로부터 원자력소재 공급사 품질시스템 인증을 확보했으며,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철강 기술은 미국의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부합하는 만큼 향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국회, ‘K-스틸법’ 추진 등 대응 본격화 = 정부는 기존 통상 대응 패키지와 함께 50% 고율 관세에 대한 추가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과의 추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며 국회도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했다.

국회철강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0여 명은 오는 4일 일명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 세제 및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기술 개발, 녹색 철강특구 지정, 중소 철강업체 지원, 수입규제 대응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 소속 관계자는 "50%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대미 수출이 연간 약 24%, 6억9500만달러 가량 감소할 수 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현재 미국은 철강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관세로 값비싸진 수입 제품을 사용하려면 자체 생산을 많이 해야 하지만 모든 물량을 자체 생산으로 감당하긴 어려운 상황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이러한 기회만 기다려선 안 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 강화와 친환경 기술 전환을 속행해야 할 것"이라며 "또 위기 극복을 위해서 정부와 업계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활로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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