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경제부총리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상호관세 사안을 놓고 미국 상무부에서 협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지난 29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경제부총리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상호관세 사안을 놓고 미국 상무부에서 협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관세협정이 31일 최종타결됐다. 양국은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으며,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협력펀드를 조성해 미국 내 핵심산업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관세협정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호관세를 명시하고, 이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을 상대방 산업발전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여겨진다. 

◇ 15% 상호 관세 부과, 산업계 미칠 영향은? = 이번 협정의 핵심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15%의 상호 관세 부과다. 

당초 우려와 달리, 상당수 기업들은 이번 관세율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15%의 관세율은 결국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철강 등의 산업은 단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만큼 경쟁력 약화 또한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초 미국 정부가 밝혔던 25%의 상호관세를 15%까지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성공적"이라면서도 "다만 상호관세가 도입된 만큼 기업들은 국내 생산 대신 현지 생산체제 구축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쌀·쇠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도 눈길을 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미국 농산물에 대한 무조건 개방 합의"라고 밝혔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일단 이번 관세협정의 세부내용을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 미국 투자 가속화할 3500억달러 협력 펀드 = 이번 협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3500억달러 규모의 협력펀드 조성이다. 이는 미국 내 산업 강화를 위한 한국의 투자이며,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미국 시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2000억달러(약 277조원)는 에너지, 반도체, 원전, 바이오 등 미국의 핵심 첨단 산업에 투자된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강화 및 제조업 육성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 내 첨단 산업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기술 협력 및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미국의 풍부한 자본 및 시장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나머지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펀드는 한·미 조선업 협력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미국의 선박 수요를 결합해 양국 간 조선 산업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제공하고, 미국은 자국 내 조선 산업 기반 확충에 나설 수 있다. 

◇ 韓·美, 안보 넘어 '경제 동맹체'로 = 미국과의 이번 관세협정은 단순히 관세율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글로벌 경제 질서가 보호무역주의와 블록화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상호 보완적인 경제 협력 모델을 구축을 통해 '경제 동맹'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관세협정을 통해 자국 내 핵심 산업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고용 창출 및 안정적인 공급망 등을 확보해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 입장에선 관세 부담을 지게 됐지만, 미국 시장 접근성 확보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 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을 통해 한미 양국 간의 경제 동맹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이번 협정을 통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과 정부의 후속 지원 정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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