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미국이 오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춘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한다.

한미 간 무역 합의는 타결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약속을 요구하며 관세 인하 발효 절차를 미루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최종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일본산 자동차·부품 관세를 12.5% 내린다는 행정명령을 관보에 게재했다. 지난 7월 23일 미일 간 구두 합의가 이뤄진 지 한 달여 만에 발효된 것이다.

한국도 지난 7월 30일 미국과 협상을 통해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구두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행정명령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선이행 확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은 거래를 받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투자 선이행 확약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관세 부담이 크더라도 미국의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3500억달러는 한국의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 4200억달러의 83.3%에 달하는 거액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익에 반하는 요구를 왜 들어줘야 하느냐"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세부적인 입장 차이가 커 조율할 게 많다"고 밝혔다. 

현대차미국법인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미국법인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완성차 업계는 이번 한일 간 관세율 역전이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3만290달러)에 25% 관세가 적용되면 소비자 가격이 3만7863달러로 치솟는 반면, 동급의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3만2850달러)는 15% 관세 반영 시 3만7778달러 수준에 그쳐 가격 역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 약화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며, 이를 상쇄하려면 현재로선 판매 가격 인상 외에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이 북미 전략 강화를 위해 오는 18일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열 예정이지만, 관세 인하 발효 지연으로 올 하반기와 2026년 수익성 전망이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가격 인상 대신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업체들은 관세 인하를 발판 삼아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도요타는 미국 내 생산을 더욱 늘려 현지화 비중을 높이고, 닛산은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한다. 마쓰다는 비용 절감과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은 한미 무역 합의 후속 논의를 위해 이날 워싱턴DC로 향했다. 그는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만나 양국 간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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