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오는 18일 미국 뉴욕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외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다. 사진은 현대차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오는 18일 미국 뉴욕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외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다. 사진은 현대차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오는 18일 미국 뉴욕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외 CEO 인베스터 데이(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한국산 완성차에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구조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현대차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하이브리드차(HEV) 전략 강화가 거론된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설명회에서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현지 수요에 맞춘 신차 전략으로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회사는 지난해 말 신공장 준공 당시 올해 10만대 출하를 제시했지만, 지난달까지 누계 출하량은 4만4000대에 그치며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둔화와 오는 30일 종료되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까지 감안하면 연 7만대 달성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HEV 전략 강화가 핵심 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시설 부족과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현지 전기차 시장이 성장 정체에 접어든 사이, HEV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북미 시장 HEV 침투율은 2022년 처음 두 자릿수(10.4%)를 기록한 이후 2023년 12.1%, 2024년 14.2%, 올해 상반기 17.2%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도요타 등 경쟁사도 HEV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워 판매를 확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신공장 운영 계획을 기존 전기차에서 HEV 중심으로 조정해 현지 생산·공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8년 글로벌 HEV 판매 목표를 133만 대로 상향 조정하며, 이 가운데 69만 대를 북미 시장 목표치로 설정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누적 판매량이 8만6000대에 그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연평균 45% 이상 성장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회사는 반등을 위해 팰리세이드 HEV 출시를 앞당겼지만,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보유한 기술적 강점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팰리세이드 HEV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 적용한 모델로, 시스템 출력 335마력을 발휘한다. 이는 북미 HEV 시장을 주도하는 도요타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306마력)을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신기술 특성상 내구성에 대한 검증은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기술적 차별성과 신뢰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 시판용 팰리세이드 HEV (사진=현대자동차)
미국 시판용 팰리세이드 HEV (사진=현대자동차)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생산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이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HEV 모델은 싼타페 한 차종에 불과하다. 반면 도요타는 현지 생산을 앞세워 올 상반기 북미 HEV 시장 점유율 41.4%를 확보했으며, 켄터키주 공장 렉서스 ES 생산라인을 일본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현지 생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HEV 선호 흐름은 이미 뚜렷하다"며 "앞서 현대차그룹이 신공장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HEV도 병행 생산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전략도 이번 행사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2028년까지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미정상회담 이후 추가로 50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여기에는 로보틱스 등 일부 신사업 계획도 포함됐으며, 투자 세부안은 곧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현 시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로보틱스 등 신사업 청사진보다 자동차 본업 경쟁력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주요 레거시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확보했지만,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 변화로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뒤늦게 HEV 전략을 꺼내 들었으나 이미 경쟁사들이 앞서 있는 만큼, 비교분석을 통한 기술적 경쟁우위 및 현지 생산을 포함한 앞으로의 투자 계획 등을 투자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팰리세이드 HEV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HEV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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