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진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에 연구소나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비자와 인력 파견과 관련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직접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제약사는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이 있으며, '셀트리온'은 '일라이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 중이다.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메타비아', '씨젠' 등도 미국 내 연구개발 법인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향후 미국 내 사업 확대나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할 경우, 인력 파견과 관련된 규제 강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바이오 기업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받은 BMS 제품 생산 계약은 내년에 종료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당사 미국 공장은 BMS의 시설을 인수한 형태이며, 운영 인력 대부분이 미국 현지인"이라며 "한국 본사 인력은 주로 의약품 개발을 위해 출장을 가는데, 장기 체류가 필요한 경우 정식 비자를 받고 간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 생산 기반을 갖고 있는 SK바이오팜 관계자도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고, 대부분의 직원이 현지 채용 인력"이라며 "장기 파견 인력은 모두 합법적인 비자를 발급받아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제약기업들은 현재로선 별도 대응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자동차나 배터리 같은 전통 제조업과 달리 대규모 생산 인력을 현지에 파견할 필요가 크지 않다. 수백 명 규모의 건설이나 생산직 인력이 필요한 배터리 산업과 달리, 제약바이오는 주로 연구개발(R&D), 임상시험, 사업개발(BD)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불법체류 단속과 같은 사안에 직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운영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응과 체계적인 준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미국 내에 공장을 직접 짓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파트너사와의 협력이나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며 "향후 미국에서 생산 시설을 확장할 경우 인력 파견에 대한 규제가 더 엄격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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