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항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약사 신약 개발 자회사들이 코스닥 상장 등을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희귀의약품 지정과 글로벌 기술이전에도 도전하면서 '국산 항암신약' 상용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개발은 실패 시 모회사의 위험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12일 국가 신약 개발재단에 따르면 2024년 국내 457개 기업·기관이 보유한 1071개 파이프라인 중 암 관련이 659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항암제 시장이 글로벌 및 국내에서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도 향상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에 이어 두 번째 파이프라인으로 항암제 '네수파립'을 개발 중이다. 네수파립은 전이성 췌장암과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임상 1b/2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FDA와 식약처로부터 복수 암종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최근 위암 병용임상시험계획 승인도 신청해 적응증 확대를 시도 중이다. 현재 자궁내막암 환자를 대상으로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을 하고,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활용한 난소암 병용 치료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으로 329억원을 조달했고, 이를 임상시험 등 R&D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T세포·대식세포를 타깃으로 한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 'IMC-001'과 고형암 치료제 'IMC-002'가 있다. 특히 IMC-001은 국산 1호 면역항암제로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7월 IMC-001의 임상 2상 결과보고서를 완성했고, 10월 식약처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지정 시 임상 2상 결과만으로 허가 신청이 가능해 상용화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GC녹십자 자회사 GC지놈은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주력 제품은 다중암 조기진단 솔루션 '아이캔서치'와 국내 1위 산전검사 '지니프트'다. 조달한 자금은 암종 확대, 암 전주기 진단기술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활용된다.
일동제약그룹 자회사 아이디언스는 차세대 PARP 저해제 '베나다파립'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 대비 혈액 독성 부작용을 줄이고 병용요법과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2022년 FDA로부터 위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유방암 임상 2a상을 완료했으며, 현재 한국·미국에서 위암 환자 대상으로 임상 중이다. 한 차례 IPO를 철회했으나 상장 재추진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자회사를 통한 신약 개발은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대규모 자금 유치가 가능한 전략"이라며, "국산 항암신약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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