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통증 없이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약물이 전달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의약품 전달 방식을 바꾸고 있다. 미세 바늘 수백 개로 구성된 이 패치형 기술은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약효는 기존 주사제 못지않게 유지할 수 있어 차세대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국내 제약사들도 성장호르몬, 비만치료제, 탈모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시장조사기관 퓨쳐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시장은 2019년 6억2160만달러에서 2030년 12억3900만달러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니들의 큰 강정 중 하나는 제형에 따라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늘 표면에 약물을 입힌 코팅형은 빠르게 흡수돼 즉각적인 효과가 필요한 경우 적합하며, 바늘 자체가 생분해성 고분자로 구성된 용해형은 체내에서 천천히 녹으며 약물을 방출해 피하주사와 유사한 약물 흡수 패턴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주사제와 비교할 때, 마이크로니들은 면역세포가 풍부한 진피층에 약물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적은 용량으로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성장호르몬과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 중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성장호르몬 패치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는 세마글루타이드 패치의 생체이용률이 주사제 대비 80% 이상이라는 결과를 확보했다. 이는 기존 기술 평균인 3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대웅은 자체 플랫폼 '클로팜'을 통해 고용량 약물 전달, 실온 보관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콜드체인 비용 절감과 의료폐기물 감소 효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23년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주빅과 손잡고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패치 개발에 나섰다. 주사 의존도가 높은 비만 치료 시장에서 패치 제형이 상용화될 경우, 환자의 접근성과 치료 지속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W중외제약은 테라젝아시아와 함께 탈모 치료제용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흡수율이 낮은 국소 도포제를 대체하면서도 자가 치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비만 치료제 패치제 'DW1022'를 공동개발 중이다. 대원제약이 약물을 공급하고 라파스가 이를 패치에 탑재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 1상 시험에서 주사제 대비 약 30%의 전달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1세대 마이크로니들은 너무 얇고 부러지기 쉬워 각질층을 뚫지 못해 약물 전달에 한계가 있었고, 2세대 제품은 금속 바늘을 사용해 패치를 떼어낼 때 피부에 상처를 입히는 문제가 있었다"며 "현재는 잘 부러지지 않고 오염 위험도 낮으며, 통증이 거의 없는 차세대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니들은 향후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자가 주사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더 간편하고 부담 없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