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파머징 마켓'으로 주목받는 동남아시아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은 의약을 뜻하는 'pharmacy'와 떠오른다는 의미의 'emerging'의 합성어로, 선진국보다는 1인당 의약품 소비가 낮지만, 인구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제약시장'을 일컫는다.
이 중 베트남은 아세안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이곳에서의 성공은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근 국가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어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베트남의 제약 시장 규모는 약 70억 달러(한화 약 9조7000억원)로,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억 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와 더불어 고령화, 소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의 제약 시장은 총 200억 달러(약 27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지역은 인구 기반이 탄탄하고 의료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국내 제약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하반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리툭시맙)를 베트남 시장에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현지 입찰 중심의 시장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베트남 법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영업 인력 확충 등 현지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베트남 제약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며 "셀트리온은 주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현지 환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자사의 국산 12호 신약 '펠루비정'과 트라마돌을 결합한 복합 진통제 'DW1021'의 베트남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DW1021은 두 성분을 이온 결합 형태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 복합제다. 적은 용량의 트라마돌로도 충분한 진통 효과를 유도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약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이번 임상은 대원제약이 동남아를 포함한 파머징 마켓에 본격 진입하는 전환점"이라며 "국산 신약의 경쟁력을 알리고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GC녹십자는 최근 베트남 의약품청(DAV)으로부터 수두백신 '배리셀라주'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를 위해 현지 임상시험을 진행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입증했으며, 최근 강화된 베트남 보건 당국의 품질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 진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화약품은 2023년 베트남 약국 체인 '중선파마'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당시 140여 개였던 약국 매장은 현재 239개로 확대됐으며, 내년까지 460개로 늘릴 계획이다.
동남아 시장이 국내 제약업계에 주목받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한 인허가 절차와 낮은 임상시험 비용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인허가 등록 절차가 간소하고 임상 비용도 적게 들어 진입 장벽이 낮다"며 "K-뷰티에 이어 K-제약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동남아를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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