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술수출 18조원 시대···플랫폼 기술이 성장 견인 (사진=픽사베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18조원 시대···플랫폼 기술이 성장 견인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실적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혈뇌장벽 투과 기술부터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비만·당뇨 치료제 관련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협업 요청이 이어지며, 한국 바이오 기술의 성숙도와 경쟁력이 확고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제약사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금액은 18조1110억원으로, 이전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13조8047억원)을 넘어섰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혈뇌장벽을 통과해 항체를 뇌로 전달하는 기술인 '그랩바디-B'를 잇달아 해외에 이전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4월 영국 GSK와 4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에는 미국 일라이 릴리와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맺어 올해만 총 8조원에 이르는 기술수출 실적을 올렸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간편한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하이브로자임(ALT-B4)'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MSD와 다이이찌산쿄와의 기존 계약까지 합치면 누적 기술수출 금액은 11조원에 근접한다.

리가켐바이오는 약물이 항체에 정확히 결합하도록 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이전하며 누적 기술수출 규모가 10조원을 달성했다.

이들 세 기업이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확보한 기술수출 금액만 약 30조원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알지노믹스 역시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의 RNA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기술평가 계약을 맺은 플랫폼 기업들의 향후 성과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장기 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 연구가 다음 달 종료될 예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과 지투지바이오 또한 비만·당뇨 치료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어 기술수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위험은 낮고 수익성은 높은' 특성 때문이다. 특정 질환이나 단일 신약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사업 확장성이 크며, 신약 개발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기업에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또한 신약 물질 계약과 달리, 플랫폼 기술은 계약 건수가 늘어날수록 기술 신뢰도와 시장 가치가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은 위험은 낮고 수익성은 높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사업 확장성이 크다"며 "초기 단계부터 기술이전 계약으로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계약이 늘어날수록 기술 신뢰도와 시장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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