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HK이노엔 판교 스퀘어(왼쪽), (사진=각 사)
HK이노엔 판교 스퀘어(왼쪽), 동국제약 본사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클럽' 진입에 가까워지고 있다. 주력 제품의 해외 진출과 신사업 다각화가 성과로 이어지면서 HK이노엔과 동국제약이 새롭게 1조원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들 기업의 호실적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외형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7713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6%, 10.9% 증가했다. 3분기 실적 역시 매출 2608억원, 영업이익 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16.4% 상승하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HK이노엔의 호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다. 케이캡의 3분기 국내 처방액은 561억원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보다 빠른 약효 발현과 식사 영향 없는 복용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 수액과 영양수액 매출이 각각 13.9%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ETC(전문의약품) 부문에서 고른 매출 성장이 있었지만, 음료 제품 회수 여파로 H&B 사업의 매출 회복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케이캡 판매와 로열티 증가, 수액 매출 확대로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H&B 부문은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케이캡의 9월 국내 처방액이 200억원을 달성했고, 중국에서도 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매출이 늘고 있다"며 "올해 로열티 수익은 약 14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급여 확대와 중국 주사제 임상 2상 순항으로 케이캡의 글로벌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매출 1조원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릴 제약사가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K이노엔과 동국제약의 진입이 유력하며, 이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외형 확장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동국제약도 1조원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동국제약의 매출은 2240억원, 영업이익은 23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1.5%, 영업이익 2.2%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4572억원으로, 연내 1조원 달성 가능성이 높다.

구강질환 치료제와 부인과질환 치료제의 판매가 급증하며 전반적인 제품군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또한 컨센서스와 상반기 누적 실적을 감안할 때 7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헬스케어·화장품 부문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포함한 화장품·기타 의약품 매출은 상반기 1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증가했다.

회사는 최근 해외 사업본부를 글로벌 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하며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제약 사업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으며, 제약뿐 아니라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신제품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홍식 LS증권 연구원은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2026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ETC·OTC·헬스케어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스피어(서방형 장기 주사제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주요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비만치료제·전립선암·성조숙증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추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제약사는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광동제약, 보령 등 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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