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차량 부품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차량 부품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산업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시장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의 로봇 제조사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30년 이상의 업력과 전체 인력의 40%에 달하는 연구진을 기반으로 방대한 특허와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모델은 '아틀라스'로, 초속 2.5미터(m) 보행과 시속 9km 달리기, 백플립 등 고난도 동작을 구현한다. 손가락 관절을 활용해 물체를 정교하게 파지할 수도 있다. 로봇 제어 기술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룹은 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음 달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해 기술 고도화와 실증 데이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및 하드웨어 역량을 강화해 생각하고 적응하며 행동하는 차세대 로봇 구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로봇이 주변을 보고 무엇인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도 빠르게 습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8년"이라고 덧붙였다.

양산을 위해 북미 시장에 50억달러(약 7조원)을 투자, 로봇 전용 공장도 짓는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 4년 만에 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까지 로봇 제원, 조립 과정 등을 정하고, 내후년까지는 생산라인 가동을 통한 검증 절차를 해야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보통 양산 3년 전에 집행된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사실상 개념 검증에서 양산 전 단계로의 진입을 공식화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타이어를 들고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타이어를 들고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연간 700만대 이상의 완성차 생산 능력과 밸류체인 내 수많은 계열사 및 협력사가 강력한 시험장이자 수요처가 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로봇 액추에이터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동작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전자식 조향 장치와의 기술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센서와 제어기, 핸드그리퍼 영역으로도 사업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연구개발 중심 문화로 인해 아틀라스에 과도한 고난도 기술이 적용된 것은 부품 계열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이 양산 과정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제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그룹의 제조 역량과 결합하면 변수를 상당 부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 옵티머스 손(왼쪽)과 전신. (사진=테슬라)
테슬라 옵티머스 손(왼쪽)과 전신.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옵티머스)'을 처음 공개하며, 차량을 넘어 물리적 인간 활동을 대체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해당 로봇은 회사가 보유한 자율주행시스템과 슈퍼컴퓨터 등을 집약한 통합 플랫폼으로, 지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손'이다. 사람과 유사한 자유도 구현을 목표로, 계란을 쥐고 날아오는 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등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협업이 필요한 정밀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테슬라 측은 "요리, 청소 등 집안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주 공장에 시범 투입돼 배터리 셀 분류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생산라인에 들어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며 본격적인 역할 확대에 나선다. 단기적으로는 부품 이송 및 정리 등을 맡고, 중장기적으로는 물류 창고 및 서비스 현장까지 영역을 넓혀 외부 활용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는 월 1000대 수준의 옵티머스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내년 연간 12만대, 2027년에는 연간 120만대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내년 말부터 외부 판매도 추진한다. 가격은 3만달러 정도고, 구독형 모델도 병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장기적으로 전기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사업이 될 것"이라며 "산업용(B2B) 로봇과 소비자용(B2C) 로봇은 물론, 고위험 인력 대체 분야까지 진출할 경우 연간 수조달러 규모의 매출 창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 직전에 와 있다"며 "기존 시장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테슬라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 상용화가 진전될수록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치는 점진적으로 부각되고, 나아가 미래 산업 방향성을 상징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2C 옵티머스가 사람의 일상을 보조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B2C 옵티머스가 사람의 일상을 보조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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