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가 합병을 발표하자 양사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공동 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은 이번 합병에 대해 "노동조합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으로 규정하고, 구조조정 및 전환 배치 등 고용 불안 가능성에 맞서 강경한 행동에 돌입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협상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이번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은 양사의 합병 발표에 반발하며 공동 투쟁에 나섰다. 양사 노조는 29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현장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아 노동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고, 국내 노동자들이 떠나가자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외면하면서 HD현대는 지난 27일 일방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병 결정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마찬가지"라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의 새로운 기회는 통합 현대중공업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함께 하는 노동이 존중되는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며 사측의 일방적 운영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또한 "각 노조 대표자는 논의를 통해 합병과 관련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라며 "우리는 합병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와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제도 및 인력 개선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선업계에서 회사의 경영 판단에 대해 노조가 직접 투쟁에 나서는 건 이례적 사례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0여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지난 7월에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파업 장기화에 들어섰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 약정임금 100% 특별금, 성과급 지급이 담겼다. 그러나 조합원 63%가 반대하며 합의는 최종 무산됐다. 이후 추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서로 간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에 빠졌다. 노조 측은 매출과 생산 증가를 근거로 추가 인상과 고용안정 협약 체결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러한 강경 대응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노사 관계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되며 노조 협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노사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 이슈까지 더해지며 갈등의 불꽃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 내부의 갈등을 넘어 한국 제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국내 제조업은 다방면의 압박에 직면했다"며 "합병에 반발하는 노조 움직임이 격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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