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HD현대가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K-조선과 K-방산의 '초격차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연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은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완료될 예정이다. 합병이 결정된 후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두 회사의 결합은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향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HD현대미포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에 HD현대중공업이 축적해 온 방산 분야 경험이 더해지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각 회사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기회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1번함 정조대왕함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1번함 정조대왕함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합병으로 'K-방산 10조 클럽' 노린다 =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부문에서 오는 2035년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1조원대에 머무르는 매출을 10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해군 함정 신규 발주 규모는 2100척, 3600억 달러(약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함정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방산 중심의 외형 성장을 통해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합병 효과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최다 함정 건조 실적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HD현대미포의 중형 도크·인력을 결합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HD현대미포의 4개 도크 중 2개를 특수선·방산 전용으로 전환해 미국향 방산 물량뿐만 아니라 글로벌 함정 수요를 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는 미국의 규제로 국내에서 신조가 불가하지만, 양국 협력 기조가 지속되며 규제 완화가 시사되며 이번 합병은 이러한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는 친환경·특수선 분야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추진한다. 양사의 연구·설계 역량을 합쳐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전기 추진·자율운항 선박, 쇄빙선 등 차세대 선종 개발에 속도를 낸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과 기후변화 대응 등 새로운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수한 두산에너빌리티베트남(두산비나) 전경(사진=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수한 두산에너빌리티베트남(두산비나) 전경(사진=HD현대)

◇동남아 거점 총괄 법인 설립…중국 견제 효과 = HD현대는 이번 합병과 함께 조선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투자법인을 오는 12월 싱가포르에 설립한다. 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동남아 거점을 관리하고,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싱가포르 법인 출범은 벌크선·탱커 등 중국 조선사들에 밀린 일반 상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의 56%를 차지하는 중국에 맞서 효율적 거점 운영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수빅조선소, 베트남 생산라인도 강화해 상선·특수선 물량 확보와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HD현대미포 입장에서는 중형선·가스선 라인업이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 선종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포의 생산 기반이 글로벌 공급망 확장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합병은 방산, 상선, 특수선 시장 전반에서 HD현대의 '초격차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확대되는 마스가 프로젝트, 글로벌 해군력 강화 추세, 그리고 중국·일본의 합병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HD현대중공업의 신조 능력과 HD현대미포의 유지·정비·보수(MRO) 경험이 결합되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한 동남아 거점 강화는 중국에 대응해 선박 건조 효율화와 공급망 확장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합병은 외형 확대와 함께 기술적인 부분, 해외 야드 활용 측면에서의 효율성 등 상호 보완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