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잠정 보류하면서, 은행권들은 기존에 추진 중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디지털화폐 전환 시대가 구체화되면서 은행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금융권의 경쟁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CBDC 실거래 1차 테스트인 한강 프로젝트 참여 은행들과의 비대면 회의에서 2차 테스트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8년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대책본부(TF)'를 구성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해왔고, 1차 테스트를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25일만 해도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과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디페깅(스테이블코인 가치가 연동 자산과 괴리되는 현상) 등의 우려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며, 관련 사업에 우려를 지속 제기해왔다.
또한 코인런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 시 예금보험이나 중앙은행 최종대부자 같은 기능이 미흡해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으로 읽힌다.
법정통화의 가치를 1대 1로 추종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 예금토큰이 시장 내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무게를 두면서 금융권 전략이 바뀔 흐름이 뚜렷해지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 시중은행, 협의체 구성···높은 신뢰도 기반한 선제 대응
한은의 CBDC 추진 여부가 소강 상태에 이르자,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4일 KBKRW, KRWKB, KRWL 등 총 17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상품 분류로는 △전자이체업 △가상자산 소프트웨어 △디지털 금융서비스로 이뤄졌고 자체 발행과 플랫폼 유통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은행도 HanaKRW, KRWHana 등 16개 상표를 출원했다. 하나은행은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각 관계사 유관부서로 이루어진 워킹그룹을 운영중에 있으며,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과 합작법인인 '비트고코리아' 설립 및 인허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가 구체화 되고 제도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 고유의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속도감 있게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목적으로 오픈블록체인·DID협의체를 구성하고 세부 회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참여를 확정한 은행으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수협은행으로, 인터넷뱅크 중에는 케이뱅크가 최초 참여했다. 이들은 내달 참여 은행 가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돌입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와 게임사까지 스테이블코인 진출을 알리면서, 시중은행들이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향력을 확장 하려는 것"이라며 "컨소시엄 단위로 사업이 추진되면 투자자 신뢰 기반으로 목소리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네카토' 빅테크 기반 금융사 경쟁 격화
빅테크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뱅크의 경쟁도 치열하다.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 자회사들도 사업 출발을 알리면서, 시장 움직임에 선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25일 특허청에 특허청에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출원했다. 상품 분류는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암호화폐 채굴업로 나눠졌으며 총 12건이다.
토스뱅크도 29일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대거 출원했다. KRWTBK, KRWTSB, TSKRW 등 48건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출원범위는 △암호화폐 금융거래업 △전자이체업 △송금서비스로 구성됐다.
PG사인 네이버페이도 카카오페이의 뒤를 이어 25일 KRWZ, NWON, KRNP, NKRW, KRWNP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5개를 출원, 다음날 열린 10주년 미디어데이에서 "안정적인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췄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영역과 더불어 사용자 포인트도 코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 구체화를 알렸다.
◇ 너도나도 코인 수혜주···투자 '과열' 신호탄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금융권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사마다 해당 사업을 어떻게 구체화 할 지에 관한 알맹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표권 출원을 통한 '선점' 경쟁으로 투자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가장 먼저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달 들어 주가가 160%대 폭등하면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 지난주에만 2회의 거래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CBDC 잠정 보류를 통보한 이후 첫 거래일에 스테이블코인 국내 관련주가 오히려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 흐름이 엇갈린 양상이다. 이날 종가 기준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지목됐던 카카오페이(-8.91%)·카카오뱅크(-4.61%)·LG씨엔에스(-11.21%)·다날(-8.71%)·NHN KCP(-1.61%)·헥토파이낸셜(-4.71%)·케이씨티(-2.28%) 등의 종목이 하향 조정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후 법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된 편이지만, CBDC도 사업 진행에 5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며 "코인 관련 규제를 풀어야 유통 가능한 부분도 있어서 당장의 업권 경쟁은 다소 과열된 양상으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과 CBDC에 관한 분명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로 보여 시장이 혼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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