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발행주체를 둘러싼 업권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담보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담은 법안을 오는 10월 공개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 포함될 방침이다.
금융안정성 등을 이유로 한국은행이 은행권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수하는 반면, 간편결제사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은 결제·간편송금 등 기존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해 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핀테크는 수많은 가맹점과 연결된 결제망을 강점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직접 송금이 가능하고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결제가 통용되기 때문에 핀테크사가 특장점을 지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경우 핀테크 회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2위인 서클은 2013년 모바일 결제 플랫폼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로 시작해 비트코인 매매와 송금 지원 서비스를 시작하며 영향력을 확대한데 이어 올해 6월엔 나스닥에도 입성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여당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에 국한하지 않고, 발행권을 비은행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결제 시장 혁신이 기대되는 만큼, 자유시장 원칙에 따른 경쟁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 참여가 확대되면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고, 네트워크가 확장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진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협업하거나 자사 계열사와 협업하는 등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을 보유한 카카오는 플랫폼 역량과 데이터 보유량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카카오톡으로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어 압도적인 이용자수를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2402만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2916만명)의 82%가량을 차지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공동 TF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 사업 구상에 돌입했다. 카카오페이는 TF의 대표로 히스 타버트 서클 총괄사장이 이끈 대표단과 회동하는 등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네이버페이는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사업 협력에 나선다. 네이버페이가 발행을 주도하고, 업비트는 기술 인프라 제공을 맡는 방식으로 구상될 것으로 보이며, 양사는 컨소시엄과 지분교환 등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바리퍼블리카도 토스를 필두로, 토스뱅크와 토스뱅크 증 계열사 3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김규하 토스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찍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해 업계 선두주자로 떠오른 회사들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날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리플 서비스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XRP(XRPL)를 핵심 인프라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XRPL은 리플이 주요 기여자로 참여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 받고 있는 탈중앙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앞서 다날은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PCI)'을 운영해왔다. 당시 다날은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상에 디지털자산 결제를 선제 도입한 사례도 있어, 시장 진입이 수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든 결제수단 원천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인 헥토파이낸셜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을 진행한다. 지난 9일 헥토파이낸셜은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인 '비댁스'와 '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 리플의 스테이블코인(RLUSD)을 실제 가맹점 결제 프로세스와 연결할 계획이다.
사업에 필요한 라이선스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핵토파이낸셜은 지난 5일 블록체인 지갑 전문기업 '월렛원' 지분 47.15%를 92억9000만원에 인수하며 영역 확장에 나섰는데, 이를 통해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서다.
월렛원은 VASP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VASP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반 코인을 사용해 결제, 금융, 보관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여하는 허가증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을 알린 다수의 기업들이 해당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성 등을 고려해 은행권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은행에 비해 비은행권의 경우 통화량 조절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개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확산을 위한 해결과제'에서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주요국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 기회를 열어주고 동일한 자본, 준비금을 요건으로 한다. 우리도 모두가 참여하도록 문을 열고 창의적 활용처를 만들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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