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일 오후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일 오후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코스피 5000 시대' 진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취임 후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국정과제로 설정하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기 정책과 자금 유입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제 개혁, 연금 운용 혁신, 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IPO·M&A 절차 간소화,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책 기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단기적인 모멘텀뿐만 아니라 체질 개선과 정책 일관성이 함께 작용할 때 코스피 500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 '코스피 5000 시대', 청신호 켜진 자본시장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5000 시대'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5일 코스피는 3407.31p에 장을 마감하면서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견신했다. 코스피는 지난 10일 3314.53p를 기록하며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수 상승의 주된 동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을 570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20조5295억원, 코스닥에서 1조7794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를 이어갔다.

정책 모멘텀도 시장을 달궜다. 6월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주식시장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할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출범했다. 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배당분리과세, 상법 개정, 코너스톤 제도 도입 등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자본시장 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됐다. 

7월 초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논란이 됐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도 현행 50억원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세제 불확실성 해소가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정책적 움직임은 증시 체질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더 많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상법 개정의 추가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적인 부분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베이스로 깔리면서 장기적으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의 친 주식시장 기조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기업들의 실적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코스피 5000 달성', 업계가 제시하는 3대 개혁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책 기조나 단기적 자금 유입만으로는 코스피 5000p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세제 개편, 규제 완화, 투자자 신뢰 확보를 꼽았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을 인하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상속세율을 낮춰 기업 가치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식 배당 소득을 근로·사업 소득 등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5%의 누진세율로 과세된다. 이소영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방식이 고액 투자자에게 부담을 줘 배당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보고,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한해 배당소득에 대해 25%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상속세 관련해서는 좀 사회적 논의가 좀 필요하기 때문에 중기 목표로 봐야 할 것 같고, 단기적으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인하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주식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80% 가까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부동산이 80% 가까이 되고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이 20~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구조적으로 하루아침에 이 구조를 허물 수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게 만들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제도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톡옵션 제도 합리화, 배당정책 개선, 자사주 활용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의 IPO·M&A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함께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한 세제 혜택 확대를 비롯해 투자자 신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산업 성장 정책과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성장산업-자본시장-투자자 보호'가 연결되도록 조율해야 한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확보, 세제 및 규제 환경 개선, 산업·금융정책의 조율을 통해 코스피 5000선 돌파와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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