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다시 한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과거 19세기 민간화폐 발행으로 발생한 혼선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믿을 수 있는 기관이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다수의 민간화폐가 만들어지면 해당 화폐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며, 발행한 회사의 자본금이나 규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측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그는 "비은행 기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토록 허용하면 산업구조가 달라지게 된다"며 "이 경우 현재 은행이 받고 있는 강력한 규제를 비은행에도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최근 한강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루머에도 입을 열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한은이 CBDC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거나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강 프로젝트는 리테일 CBDC가 아닌 예금토큰에 관한 것이며, 중단이 아닌 일시정지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강프로젝트가 일시정지된 배경에 대해선 "1차 테스트가 끝나는 시점에 비은행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퍼졌고, 은행에서 비용이나 향후 방향성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한은이 감독권도 없는 기관인데다 정부하고 합의도 안된 만큼 한은의 방향성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라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다만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향후 정부와 얘기해 해당 문제들이 해소된다면 다시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의 3개월내 조건부 금리전망에 대해 묻고 싶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향후 미국과의 관세협상 진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 효과 등을 수렴하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2명은 동결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금융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2%p 이상 확대되는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 부동산 대책 평가와 가계부채 추이는?

△수도권 관련 부동산 문제는 다소 특수한 사례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연관됐다거나, 입시 경쟁 같은 사회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된 가계부채는 더 커질 경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정도의 임계 수준까지 왔다.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정부 부동산 대책은 경기진작과 상충될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안정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과감한 정책이란 평가가 있지만, 한은은 정부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정책인 만큼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있으며, 이 같은 축소 흐름을 보면 가격도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 다만 한두달 정도는 가계부채 등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며, 해당 맥락에서 금리인하를 한번 쉬고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가 잡히는지 지켜보자는 게 금통위원들의 의견이다.

-2차 추경 규모가 크고 집행 속도도 빠르다. 올해 1%대 성장이 가능하다 보시는지?

△지난 5월 당시 올해 성장률을 0.8%로 예측했다. 다만 2차 추경 효과만 보면 0.1%p 정도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5월 전망보다 소비 회복이 강했고, 반도체 수출도 더 좋았다. 반면 건설 쪽의 부진은 심화돼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 

관세 관련 불확실성도 크다. 8월 1일까지 연기됐지만 세율이 어떻게 조정될지 가늠키 어렵다. 베트남이나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관세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중요하다. 아직은 올해 성장률을 전망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본다.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는 8월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 현재로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

-가계부채 감소 흐름이 확인되지 않아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지?

△가계부채 추이는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예상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이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할 여지는 있다.

-현재 가계부채 대책을 놓고 보면 작년 8월의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작년 8월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금리를 낮추고 싶은데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그때와 다른 점은 수도권에 집중돼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정도로 따져도 지금이 더 심하다.

당시는 실기론 언급에도 내부적으론 잘했다고 평가했는데, 지금은 언론 등의 언급을 봐도 걱정이 좀 많은 상황이다. 정부가 추가적인 수요 대책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한은의 가계부채 관리 당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은의 목표가 물가와 금융안정인 만큼 관련된 부분에서 제언을 드렸다고 본다.

-한은은 전세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출규제 내 정책금융과 전세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조 더 근본적으로는 전세란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전세는 과거 금융시장 발전이 더뎠을 때 나온 사적인 제도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은 만큼 금융 안정 쪽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정착화 돼 바꾸기 쉽지 않지만, 이번 대책이 전세를 통한 갭투자를 없애는 방향이라 어느 정도 여력이 생겼다고 본다. 결국 전세를 제도권으로 들어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총재님의 발언이 다소 엇갈리는 것 같다. 

△오해하는 부분이 크다. 한강프로젝트의 시작은 원화스테이블 코인을 얼마나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는지 실험이었다.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다.

관건은 도입 시점에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이냐다. 한은은 비은행 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민간화폐가 만들어지면 해당 화폐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발행한 회사의 자본금이나 규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고, 이에 과거 19세기 민간화폐 발행으로 발생한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결국은 믿을 수 있는 기관이 주도해야 한다. 

규제 측면의 문제도 있다. 비은행 기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토록 허용하면 산업구조가 달라지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은행이 받고 있는 강력한 규제를 비은행에도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추후 관련 부처의 수장이 결정되면 이 문제를 언급해 방향을 잡아보자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보시는지?

△필요하다.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줄지 않고 부동산 PF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면 거시건전성 정책의 실제 집행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본다. 매번 금융안정을 강조하다가도 경기가 악화되면 정책 강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매번 반복됐다. 결국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력히 발휘될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에 있어 정치적 영향 없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물가가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조하셨다. 그럼 현재 한은은 통화정책에 초점을 금융안정에 두고 있는지, 아니면 경기부양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며, 그 뒤 성장과 금융안정에 우선순위가 있진 않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있다.

이번 동결 결정을 보면 금통위원 전원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3개월 이내 전망이 갈린 것은 이후 상황과 금융안정 측면의 데이터를 보고 다시 결정하자는 것으로 나뉘었다고 생각한다.

-한강프로젝트가 잠정 보류된 배경에 대해 여쭙고 싶다.

△일각에서 한은이 CBDC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거나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강 프로젝트는 리테일 CBDC가 아닌 예금토큰에 관한 것이며, 중단이 아닌 일시정지라 생각한다. 

1차 테스트가 끝나는 시점에 비은행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퍼졌고, 은행에서 비용이나 향후 방향성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한은이 감독권도 없는 기관인데다 정부하고 합의도 안된 만큼 한은의 방향성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향후 정부와 얘기해 이 같은 부분이 해소된다면 다시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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