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소상공인 전문은행에 초점을 맞춘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에서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논의 중인데다 배드뱅크 설립이 우선 순위에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인뱅 예비인가 발표가 지연되면서, 사업 백지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일부 컨소시엄에 서류 보완을 요청했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존치 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후속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금융위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전하고, 감독 기능을 금감원과 합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 조직개편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18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안 추진 방향에 대해 "금융정책 부분을 하나로 모으자는 게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 관련 조직개편안 도출 시기에 대해 "타임라인을 정확히 정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여러 조정할 것이 남아 있어 관계기관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처럼 정부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심사 주체인 금융위가 해체될 경우 제4인뱅 출범 역시 무기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조직개편 이후 조직 안정화 기간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박차를 가하면서, 제4인뱅 출범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배드뱅크는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프로그램으로,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을 목적으로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4인뱅은 이미 서류 제출 기한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드뱅크 방향성이 구체화 되는 속도가 빠르다"며 "별도 공약이지만 취지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제4인뱅 논의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드뱅크 설립과 조직개편 등 난항이 예상되긴 하나, 정책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국에서는 최근까지 일부 컨소시엄에 보완 서류를 요청하는 등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출된 서류에 대한 소통을 지속중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4인뱅 선정사업이 전 정부의 정책임에도, 현 정부도 중금리대출 전문은행의 필요성을 대선 기간 중 여러 차례 언급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5월 제4인뱅 예비인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은행 산업이 촉진돼야 한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어 새 정부가 이를 되돌리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컨소시엄들은 현재 예비인가 서류 제출을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 결과 발표는 지연됐지만 현재까지도 당국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만일 금융위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정책이 이전될 뿐이지 소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