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이 모두 심사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계엄 사태를 비롯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직개편 등 외부요인이 산적한데다 대주주 관련 항목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 뱅크 4개 신청인의 은행업 예비인가를 최종 불허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신규인가 관련 절차를 추진해 왔다. 이에 올해 3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마무리됐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4개 신청인에 대한 서류심사와 함께 신청인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 및 질의응답을 거쳐 평가를 진행, 4개 후보 모두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각 후보의 평가의견을 살펴보면 소호은행은 소상공인 금융 기회와 혁신성은 긍정적이나, 대주주 자본력과 영업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이 다소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 금융기회 확대 측면은 긍정적이나 대주주가 불투명하고 자본력과 추가 자본출자 가능성 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포도뱅크와 AMZ뱅크는 대주주가 불투명하거나 특정되지 못하고, 자본력과 추가 자본출자 가능성 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시중은행 3곳(하나·NH농협·우리)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소호은행이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지분 33.5%의 최대주주로 나섰으며 부산은행, 흥국화재, 흥국생명, 유진투자증권, 우리카드, OK저축은행, LGCNS, 아이티센, 메가존클라우드 등 주요 금융·IT사가 주주로 합류한 바 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회사인 한국평가정보를 자회사로 보유해 신용평가모델이 확보됐고, 180만명이 사용중인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온라인투자연계(P2P) 플랫폼 렌딧을 중심으로 한 유뱅크와, 더존비즈온이 필두로 나선 더존뱅크가 신청일 직전 예비인가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독주체제라는 평가도 받았다.
탄탄한 주주 구성에도 대주주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질의에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주주 지분 비율도 중요하지만 거버넌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사전 합의를 마쳤으며, 다수 금융사가 한국신용데이터 경영 주도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예비인가 최종 심사에서도 이런 우려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심사 결과가 발표된 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이 실현되지 못했으나, 곧 도달할 수밖에 없는 미래임을 확신한다"며 "은행 인가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 개편이 현재 진행중인 까닭에 한동안 소강 상태이겠으나, 소상공인 전문 은행은 새 정부 임기 내에 분명히 인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공약대로 금융 약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반드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일 것"이라며 재도전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도 전체 후보군을 불허 판정한 바 있다. 제3인뱅 후보로 나선 곳은 키움증권을 필두로 한 키움뱅크와, 비바리퍼블리카가 대주주인 토스뱅크였다.
당시 금융위는 최대 2곳까지 예비인가를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그러나 키움뱅크는 혁신성과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토스뱅크는 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가 계열 지분 80%로 집중된데다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금융위는 연내 예비인가를 재추진했다. 이에 그 해 10월 토스뱅크가 단독으로 예비인가를 신청, 인가 허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탈락 직후 새 주주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 달리, 키움뱅크는 SK텔레콤 등 대형 주주가 컨소시엄을 이탈한 뒤 ICT 기업 확보가 부진해 혁신성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평가위원회가 증권사(키움증권)에 은행업을 추가해준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금융 혁신이라는 인뱅 본연의 취지에 벗어난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심사 발표와 함께 향후 신규인가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금융위는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는 금융시장 경쟁상황,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 및 은행업을 영위하기 적합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핵심 기조인 '금융소비자보호' 의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 심사의 경우, 현재 새 정부 출범과 조직 개편 영향으로 신규 추진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직 안정화와 업무 분장 등 내부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12월 계엄 사태와 함께 탄핵 정국 등 불안정한 외부요인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번 예비인가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시중은행이 대거 참여해 소호은행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대주주 영향력을 향한 의구심도 있어 외부요인을 이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뱅이 탄생해 시장이 확대되면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져 분명히 긍정적이나, '소상공인 특화'를 지향하면서 사업성을 동시에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며 "건전성 관리나 자본력 등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증명해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