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상장 '빅5 건설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우울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주택시장 등 업황 악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건설사 5곳의 매출액이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52억원으로, 전년 1445억원 대비 54.9%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매출액은 8조1929억원으로, 8조5984억원에서 4.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의 저조한 성적은 원가율 부담이 높은 주택 착공 탓으로 분석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건축·주택, 플랜트 인프라 모두 높은 매출 수준이 유지되고 있으나, 현대건설(별도)와 마찬가지로 주택 부문의 원가율 상승과 해외 현장들의 보수적인 원가 점검으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추가 비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58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4분기(2조7782억원) 대비 7.1% 하락이 점쳐졌고, 영업이익도 전년도 4분기(779억원) 대비 4.9% 하락한 741억원으로 전망됐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감소 속에서 주택건축부문의 높은 원가율 유지, 미분양 관련 대손상각비 인식 가능성, 베트남 법인 토지 매각 이익 부재 등을 감안해 시장 기대치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4분기 매출액 9조8055억원, 영업이익 680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50%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전 사업부의 안정적 이익 성장과 건설 이익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이다. 건설부문은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전년 해외 현장 원가 반영의 기저 효과로 이익은 증가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해 "최근 그룹 공사 매출 부진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카타르 등 비 캡티브 대규모 수주 시작과 수소·태양광·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부문의 가시적 성장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조240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330억원) 대비 4.0% 떨어지겠으나,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82억원에서 951억원으로 7.8% 늘어날 전망이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택부문 원가율이 하락 중이며, 일부 현장에서 추가적인 원가 하향 조정이 있었다"면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감소하겠으나, 전년도 4분기에 기록했던 영업이익 손실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조2633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3조3214억원) 대비 소폭(-1.8%) 실적 감소가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6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4분기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대한 손실 반영으로 1932억원 손실 기록을 벗어날 전망이다.

백 연구원은 "전반적인 건설업종은 비용 요인이 높은 2021~2022년 분양 물량 입주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실적 우려로 지속 부진한 상황이지만, GS건설은 전년 선제적인 대규모 손실 처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실적 리스크가 낮은 상황"이라며 "검단 사고 여파에 따른 전년 대규모 적자 발생을 극복하고, 주택 실적 정상화에 힘입어 1년 만에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5개 건설사의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도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공개한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이후의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다. 보고서는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건설사들이 직면할 가장 큰 재무적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건산연은 "특히 2022년 이후의 지속된 공사비 상승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4년 4분기 이후부터 경영실적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비는 최근 크게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인 건설 공사비 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30.26으로, 공사비 급증이 시작된 2020년 11월(100.97)보다 29.0% 상승했다.

주택 시장 침체기 역시 장기화 추세다. 전국 아파트값은 하락 폭이 확대됐으며, 서울 아파트값은 3주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둘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값도 전주보다 낙폭을 키우며 0.04% 하락했다. 지방(-0.05%)과 5대 광역시(-0.06%), 8개도(-0.04%) 모두 전주에 이어 하락세가 지속됐다. 서울 아파트가격은 전주에 이어 또다시 보합(0.00%)을 기록하며, 지난달 넷째 주 이후 3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 연구원은 "2025년 실적, 분양 가이던스는 다수 보수적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사비가 크게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들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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