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빅사베이)
(사지=빅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개발과 운영까지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주택 등 전통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고, 장기 임대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시공뿐 아니라 개발·운영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업자 요구에 따라 설계 변경 등 변수가 많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통신 연결, 냉각 기술, 보안 등 고도의 시공 능력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이 같은 기술을 갖춘 국내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이 가장 많다.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IT센터를 시작으로 공공·금융·ICT·글로벌 기업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6000억원 규모의 경기 안산 성곡동 데이터센터 시공사로 선정된 데 이어, 이달 8074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산 데이터센터 신축공사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NH통합 IT센터(2016년), KB국민은행 통합IT센터(2019년),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2023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가산동 케이스퀘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중장기 성장전략 H-로드(Road)를 발표하고,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앞으로 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해외 신규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GS건설은 2017년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대구은행, 네이버 데이터센터 등 국내 10곳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지난해 준공한 에포크 안양 센터를 통해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를 위해 2021년 데이터센터 영업 및 운영 서비스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했다. 현재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 중이나, 주민 반발로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도 2007년 KT 강남IDC를 시작으로 한화시스템 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동탄 삼성SDS 데이터센터 등 9곳을 준공했다. 현재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공사를 진행 중이며, 창원 IDC 클러스터와 고양 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 LG전자와 '직류(DC)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류 배전 확산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기술 개발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신사업으로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을 추진 중이다. 2022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데이터센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2023년과 2024년 각각 DX(Digital Transformation)팀과 데이터센터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에너지 발전사업과 데이터센터가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를 새 먹거리로 주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과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9% 성장해 2030년 4373억달러(약 6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도 2021년 5조원대에서 2027년 20조원으로 연평균 15.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딥시크 쇼크' 이후 AI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지리적 근접성 요구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조사 결과, 올해 3월 기준 미국에는 5426곳, 한국에는 43곳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되면서 전력 인프라 확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냉각설비로 인한 환경 영향,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 등 생활 민원도 증가해 건설 및 인허가 지연 사례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데이터센터 입지계획 수립, 에너지 효율성 향상,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등 종합 정책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규은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유치를 위해서는 전용 산업단지 지정, 규제 특례구역 도입, 전력인프라 구축 및 요금 체계 개선, 재생에너지 연계 확대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건설사의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서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파트너십, 해외 현지 인허가 대응, 정부 차원의 외교 채널 연계, 금융 및 보증 지원, 친환경 기술 확보를 위한 R&D 확대 등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