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심화로 운송 부문 탄소 감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탈탄소 시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에 주목하며, 이를 기반으로 동력 계통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선점 효과도 뚜렷해, 전통적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다른 산업 업체들까지 앞다퉈 경쟁에 나선 상태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고 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싼 iX FCEV를 시작으로 전용 모델 넥쏘, 대형 트럭 엑시언트, 대형 버스 유니버스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경쟁 업체들을 앞지른 결과다. 다만 그룹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 전반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선점 효과를 장기적 우위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협력사 동반 성장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13년 첫 양산형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출시하며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2018년에는 전용 모델 넥쏘를 선보이며 대중화를 본격화했고, 2020년에는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내세워 상용차 분야로 외연을 넓혔다. 2023년에는 버스까지 추가해 승용과 상용 전 영역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중 시장 확대를 견인한 모델은 넥쏘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넥쏘의 누적 판매 대수는 4만여대로, 그룹은 이를 기반 삼아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점유율 60~70%를 기록, 사실상 독주 체제를 형성했다.
넥쏘는 충전 시간이 5분 이내로 짧고, 완충 시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어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6월 출시된 2세대의 경우 동력 계통 전반을 개선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는데, 듀얼 인버터 구조로 모터 출력을 기존 113kW에서 150kW로 높이는가 하면 감속기 기어비 조정을 통해 가속 응답성도 향상시켰다. 또 수소 탱크 용량까지 확대하면서 1회 충전 주행 거리 역시 720km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기술적 개선을 넘어 수요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동급 모델인 토요타 미라이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넥쏘로 기술력과 시장성을 입증한 현대차그룹은 이를 발판 삼아 상용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소차의 실질적인 수요처가 장거리 운행이 불가피한 트럭·버스 등 상용차라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행보다. 전기차가 도심 단거리 이동에 적합하다면,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짧고 긴 주행 거리를 소화할 수 있어 대형 상용차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엑시언트는 스위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 누적 1500만km 이상을 달렸고,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프로젝트에도 투입돼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최근에는 1회 충전 960km 주행이 가능한 대형 버스 유니버스 개선형을 내놓으며 상용차 전반으로 수소 전략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높은 효율성을 앞세워 향후 승객 수송 부문을 이끌 대표 수소 모빌리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경쟁사 대비 최소 6년의 시간적 격차를 확보한 만큼, 트럭과 버스를 아우르는 전방위 수소 상용차 전략을 구체화해 시장 선점 효과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수요 전망도 긍정적이다. IEA는 글로벌 수소차 보급 대수가 2024년 5만대에서 2030년 60만대로 확대돼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유럽은 54.9%, 미국 36.6%, 중국 46.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수요 확대에 맞춰 후방 밸류체인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에는 완성차 수출 중심 대응이 가능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현지 밸류체인 구축 없이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소재 기업의 동반 진출과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하며,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한 기술력 확보로 해외 확장 속도에 발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한데, 전략 산업 육성을 서두르고 현지 진출을 위한 투자 확대와 밸류체인 기술력 제고가 뒷받침돼야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수소 모빌리티 리더십을 장기적 우위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밸류체인 구축을 넘어 생태계 완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담 브랜드 HTWO를 앞세워 차량뿐 아니라 트램·선박·경비행기·발전기·중장비 등으로 연료전지 활용 영역을 확장하며, 생산·공급·소비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활용한 청정 물류체계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운영하고, 인근에 하루 17대 규모 충전 설비를 마련해 현지 공급망 기반을 다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수소 모빌리티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저장·운송·충전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후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그룹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연료전지·모빌리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글로벌 업체들과도 협력해 국내외 수소 시장 활성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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