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일본제철과 50년 가까이 이어온 '지분 동맹'의 일부를 정리하며 협력 관계에 변화를 줬다. 이에 대해 단순한 투자 회수를 넘어 사업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협력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나 향후 경쟁 구도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절반 매각'···철강 동맹에 새겨진 변화 =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4일 장 마감 후 일본제철 지분(약 1.5%) 중 절반인 785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거래 규모는 약 253만엔, 한화로 238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재무 구조 재정비와 미래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비핵심 자산 정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확보된 현금은 포스코의 핵심 사업에 재투자나 미래 신성장 사업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지분매각을 단순한 투자 회수 이상의 의미로 분석한다. 이번 결정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양사의 관계가 큰 변화를 맞은 까닭이다. 두 회사의 관계는 1970년대 포스코 설립 당시 일본제철의 전신인 야와타제철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며 시작됐다. 이후 1988년 포스코 민영화 과정에서 상호 지분 교환, 2000년 전략적 제휴를 체결로 협력 확대 그리고 2006년 서로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장기적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일본제철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일본제철 홈페이지)
일본제철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일본제철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 견고했던 협력 관계에 균열이 생긴 계기로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포스코 지분을 매각한 일을 꼽는다. 당시 업계는 양사 관계의 변화를 예상했고, 포스코가 이번 지분 정리를 감행하며 두 회사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포스코는 일본제철의 남은 지분도 곧 정리할 계획을 밝히며 한국과 일본의 철강 동맹이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협력에서 경쟁으로···실탄 장전하는 포스코가 그리는 미래 =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각자의 지분 정리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탄소중립,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철강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양사의 미래 전략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까닭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는 등 북미 지배력 확대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북미 및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전통적인 철강 사업 외에도 수소환원제철, 이차전지소재, 수소 인프라 등 신성장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재무 여력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인 만큼 양사에게 협력보단 독자 노선의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2388억원의 재원은 하반기까지 목표한 1조원 규모 현금 확보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구조개편을 통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약 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포스코그룹 빌딩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빌딩 (사진=포스코홀딩스)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철강 부문의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이차전지소재 관련 자산 확보와 같은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입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포스코의 HMM 인수와 관련해서도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의 현금 보유액과 안정세에 접어든 부채비율에 따라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여건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에선 인수 등에 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일본제철 지분 매각 후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매각 후에도 일본제철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나 고부가 강재 분야 등에서 제한적 협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지분 동맹이 해체된 현재, 머지않아 동아시아 철강 공급망과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두 회사의 경쟁은 이전보다 심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매각은 단순한 투자 회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과거 기술 협력에 기반했던 양국의 철강 동맹이 시간이 흘러 각자의 전략 중심으로 재편되는 단계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남은 지분 처리와 향후 전략 방향에 따라 양사의 관계는 전혀 다른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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