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9자주포, K2전차 (사진=폴란드 국방부)
(왼쪽부터) K9자주포, K2전차 (사진=폴란드 국방부)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국내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가 올해 3분기 사상 최초로 합산 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본격화된 데 따른 성과로, 내년 이후 추가 양산과 신사업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엘아이지(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4사의 올 3분기 합산 매출은 10조1814억원, 영업이익은 1조322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2%, 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합산 매출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무기 수출 본격화가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 4사 중 맏형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매출 추정치 6조6923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89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3%, 8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폴란드로 인도되고 있는 K9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가 자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포병 전력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K9자주포는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는 무기체계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동유럽을 넘어 서유럽까지 판매 영역을 확장, 사업 저변을 넓히는 양상이다. 

천무도 유럽 내 합작 미사일 생산법인(JV) 설립을 앞두고 있어 역내 맞춤형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K9자주포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양산 경험 축적이 신규 수주 확보로 이어지고, 다시 양산 물량 확대와 차세대 무기 개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는 내년부터 호주, 이집트 K9자주포 양산 본격화가 예상되고, 2027년에는 보은 모듈화장약(MCS) 생산공장 가동을 비롯해 호주 레드백 장갑차, 루마니아 K9자주포 양산 사업이 추가되면서 계단식 성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의 3분기 매출은 1조4586억원, 영업이익은 2585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88.1%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개선에는 폴란드로 향하는 K2전차 1차 이행 계약 잔여 물량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폴란드 K2전차 2차 이행 계약 매출 인식과 계절적 성수기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실적 우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폴란드 2차 이행 계약 조기 인도 가능성, 국내 K2전차 4차 양산 사업도 성장세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K2전차 협력사들의 잇따른 증설 움직임을 근거로 향후 수출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현대로템의 생산여력이 남아 있는 가운데 현대위아·코츠테크놀로지 등 주요 협력사가 최대 50% 규모의 증설계획을 내놓은 점이 이러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중동, 동유럽 등에서 1500대 이상의 잠재 수요가 거론되는 만큼, 추가 수출 기대감 역시 한층 높아지고 있다. 

KAI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3분기 매출은 1조522억원, 영업이익은 869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제기 수출 부문 매출 인식 기준 변경과 국내 양산 물량 확대가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4분기에는 이라크 기동헬기 2대와 인도네시아 T-50 훈련기 2대가 납품될 예정이며, 국내 소형무장헬기도 상반기 2대에서 하반기 11대로 늘어나면서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의 경우 3분기 매출 9783억원, 영업이익 809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1%, 55.9% 늘어난 수치다. 전분기부터 UAE 천궁 양산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천궁 개발 매출 인식이 더해지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수출 비중 확대에 따른 이익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 천궁 양산이 궤도에 오르고, 이라크 천궁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률이 확대되면서 수출 모멘텀도 강화될 전망이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출 확장성이 제한적인 방공시스템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천궁 추가 수출 기대감은 제한적이지만, 미국향 비궁(해안방어용 유도무기)이 4년에 걸친 성능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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