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선산업은 1970년대 국책 사업으로 출발해, 현재 고부가·친환경 선종을 앞세워 세계 1위 위상을 굳히고 있다. 중국의 공세와 글로벌 친환경 관련 규제가 교차하고 있는 지금, K-조선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기술력과 향후 미래 가능성을 국내 조선업계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족적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화오션이 한국형 잠수함 체계를 앞세워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체 설계·건조한 3000~4000톤(t)급 재래식 잠수함 KSS-III Batch-II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VLS)를 적용해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까지 확보하며 전략적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북미 시장을 겨냥해 미 해군 유지·보수·관리(MRO)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통한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외연 확장을 가속하는 모습이다.

◇ 독자 설계 KSS-III, '질적 도약' 이루다 =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KSS-III Batch-I 체계를 완성하며 한국 조선 기술의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후속 모델인 KSS-III 배치-II는 잠수함 성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다. 기존 납산 배터리 대비 출력·내구성·충전 속도가 월등해 장시간 수중 잠항이 가능해졌고, 전투 지속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여기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및 SLBM 탑재를 염두에 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VLS)를 적용해 원양 장기 작전 수행능력과 타격범위까지 크게 넓혔다.

이처럼 설계·통합·시험·보급망을 모두 국내에서 해결하는 '완전 독자 체계'는 해외 고객의 요구사항이나 성능 개량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기술 유출 방지와 생애주기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해, 한화오션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꼽힌다.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 캐나다·폴란드까지···글로벌 해양 방산 확장 = 국내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한화오션은 이제 해외 무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단순한 건조 제안에 그치지 않고, 영국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와 운용·정비(ISS)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건조 이후 장기적 운영·정비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시함으로써 고객의 생애주기 비용(LCC) 부담을 낮춘 전략이다.

동유럽에서도 한화오션은 폴란드 '오르카(Orka)' 사업에 참여해 독일·프랑스·스웨덴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특히 금융지원까지 포함한 제안서를 내며 유럽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한화오션은 국내와 동남아를 넘어 캐나다·유럽까지 시장을 넓히며 'K-해양 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더 이상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 한화 방산 시너지+북미 MRO의 시너지 = 한화오션의 글로벌 확장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방산 시너지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도무기,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음파탐지 기술이 잠수함에 통합되며 전투력을 극대화한다. 그룹 내 방산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 솔루션'은 신뢰성과 경쟁국 대비 우수한 성능을 제공해 해외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선박의 명명식을 개최한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선박의 명명식을 개최한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2024년 미 해군과 MSRA(유지·보수·운영 계약)를 체결한 이후 지금까지 3척의 미 해군 함정 정비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한미 간 해양 MRO 협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하고 약 5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지 건조·정비 허브를 구축해 미 정부의 '조선업 재건(MASGA)'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한국 조선 기술이 미국 방산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다. 다만 원가·보안 규제·현지 인력과 부품 공급망 확보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한화오션은 모듈형 설계, 데이터 기반 정비 체계, 그룹 차원의 패키징 역량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 "K-해양 방산의 글로벌 리더로" = 한화오션은 잠수함 독자 체계 고도화와 미 해군 MRO 실적, 필라델피아 조선소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조선 '빅3' 중 가장 앞서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남은 과제는 기술 보안, 납기 관리, 인력·공급망 구축"이라며 "이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한화오션은 K-해양 방산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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