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위산업은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ADD) 설립을 기점으로 정부의 국방중기계획 아래 지속 성장해왔다. 2000년대 K9자주포와 T-50훈련기 수출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입한 뒤, 높은 품질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유럽·중동·아시아 등으로 외연을 확장,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방산 간판 기업이자 글로벌 전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주역이다. 1978년 방위사업체 지정과 1979년 중앙연구소 설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이 업체는 1984년 미국 M109 면허생산 K55자주포 양산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9년 한국형 화력체계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K9자주포를 독자 개발했다. K9자주포는 사거리·기동력 측면에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우수성을 입증, 현재 10여개국에서 2000여문가량이 운용되는 명실상부 K방산 대표무기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투르키예 수출을 시작으로 2014년 폴란드, 2017년 핀란드·노르웨이·인도, 2018년 에스토니아, 2024년 루마니아까지 판로를 넓힌 K9자주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첫 수출 연도였던 2001년 매출 1조3593억원, 영업이익 1150억원에 머물렀던 성적표는 이후 꾸준한 수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으로 도약했다. 매출은 약 8배, 영업이익은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로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유럽연합의 방위비 증액 기조 속에서 수출을 넘어 현지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 후타스탈로바볼라(HSW)와 4026억원 규모 K9자주포 구성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루마니아 현지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K9자주포에 쓰일 탄약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초 폴란드군사기술연구소(WITU)와 155밀리미터(mm) 모듈화장약(MCS) 품질 인증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회사 측은 "현지 탄약 품질 인증을 확보해 폴란드군이 운용중인 K9자주포 탄약 공급은 물론 향후 유럽 내 탄약 생산 거점 확보로 유럽 탄약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력 제품, 다연장로켓 천무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도 해외 현지 협력과 맞춤형 개발을 통해 사업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현지형 천무 호마르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킬로미터(km)급 유도탄을 생산하기로 했고, 에스토니아에서는 IT기업 노르탈, 센서스큐와 손잡고 전장관리시스템을 개발하며 현지형 레드백 사업에 참여한다.

특히 레드백은 호주에서도 현지 조립·생산 체계 구축이 한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호주 국방부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맞춤형 레드백 129대를 납품해 일시 수혜가 아닌 지속 성장의 틀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 2월 자회사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 인수, 지배력을 강화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후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정비 사업을 수행하며 국내 최초로 미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진입했고, 이어 급유함 유콘 MRO까지 따내며 신뢰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 해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조선소 및 국영 방산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독일 기업과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이 폴란드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제안한 모델은 현존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작전 반경을 지닌 3000톤(t)급 '장보고Ⅲ-배치Ⅱ'다. 이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km)를 운항해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 등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공중 전력은 엔진과 무인기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엔진 분야는 지상 전력 못지않게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79년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정비를 시작으로 1982년 엔진 국산화 출하, 1993년 누적 2000대 생산, 2004년 보잉 F-15K 국산화 엔진 1호기 생산, 2014년 누적 7000대 생산 등 꾸준히 저변을 넓혀갔다.

지난 6월에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 양산분 엔진 공급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자주국방을 향한 행보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KF-21 엔진에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내열 경량 특수소재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내 유일의 항공 엔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KF-21 엔진을 차질없이 공급하고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단순한 무기 제조사를 넘어 변화하는 전장 환경과 글로벌 안보 질서에 기여하는 육해공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안보 생태계를 설계하는 파트너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쿨터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는 "전 세계에는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방산 수요가 많고, 한화는 복잡해지는 현대 안보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독보적이면서도 통합된 육해공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서 "이는 기존 접근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안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F-21 엔진 모형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F-21 엔진 모형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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