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다음 무대는 '하늘'···美 GA-ASI와 15조원 무인기 시장 공략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손잡고 무인기 사업에 나선다. 한미 동맹을 넘어선 한미 업체간 방산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방산전시회에서 GA-ASI와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그레이 이글-STOL'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식에는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 데이비드 알렉산더 GA-ASI 사장 등 양측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그레이 이글-STOL 시연기 1대를 개발해 2027년 초도비행을 진행하고 생산, 마케팅 등에서 협력해 2028년 구매국에 대한 첫 인도를 진행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구동·연료계통을,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장비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체 조립 및 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3000억원 포함 총 7500억원을 무인기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의 일환이다.

그레이 이글-STOL은 기존 그레이 이글에 단거리 이착륙 기능을 추가한 버전이다. 동급 무인기들이 보통 1km 이상의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100m 활주로만 확보해도 이착륙이 가능해 갑판이 짧은 함상, 야지, 해변, 주차장 등에서 운용 가능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반적인 항공모함보다 규모가 작은 우리 해군 상륙함 독도함 갑판에서 이륙 테스트를 거친 바 있다. 헬파이어 미사일 16발을 탑재할 수 있고, 대무인기 작전, 전자전, 대잠수함전을 수행할 수 있다.

파트너사인 GA-ASI는 향후 10년간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그레이 이글-STOL에 대한 구매국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호주 등이 GA-ASI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주한미군도 그레이 이글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어 우리 군이 도입할 경우 양측 연합작전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한국과 미국이 그레이 이글-STOL을 공동생산함으로써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공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한화는 전투기 엔진, 레이더, 전자장비에 이르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 무인항공기업으로 도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