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취약차주가 늘면서 카드사 업황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드사들은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보안, 배드뱅크 등 부담 요인이 증가해 고심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저소득 혹은 저신용 다중채무자로 정의되는 취약차주 자영업자 44만명이 130조원에 달하는 빚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차주의 1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대출의 54%가 2금융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국내 전업 신용카드사들의 대출자산 연체율이 올해 1분기 말 2.3%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산에는 카드론과 리볼빙,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대출 등 비카드대출이 해당한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민감업 연체율이 큰 폭 상승했고, 부동산PF 부실 정리가 지연되면서 건설·부동산업의 연체율이 오른 영향이다.
특히 카드론 연체율은 2021년말 1.7%에서 올해 2분기 말 2.4%로 뛰었다. 지난해부터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카드론 신규 차주 중 저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카드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6%에서 올해 2분기 말 3.0%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진입률과 연체지속률이 모두 상승세를 보이는 등 취약차주 부실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확대·장기화 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용리스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손비용 증가로 순이익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990억원) 대비 18.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이 14조3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손비용과 이자비용이 확대돼 비용(13조1106억원)이 작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기 때문이다.
건전성 역시 악화됐다. 카드사 연체율은 6월말 기준 1.76%로 작년 말(1.65%) 대비 0.11%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30%로 전년 말(1.16%)과 비교해 0.14%p 상승했다.
연체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카드론을 줄이고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하지만,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계속 인하돼 향후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되면서 상반기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11억원 쪼그라들었다.
카드론 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에는 대출 규제 범위에 카드론이 포함됐다. 이에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448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95억원 줄었다.
아울러 순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처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롯데카드의 대규모 해킹사고로 보안 시스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당국은 관리 소홀로 인한 보안 사고에 '일벌백계' 처벌을 예고, 전 금융권이 보안 투자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드뱅크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이달 1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개최했다.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113만4000명의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새도약기금의 재원은 8400억원이다. 이 중 금융권 출연금은 4400억원으로, 카드사들의 배드뱅크 매입 대상 연체채권 규모는 1조6842억원에 달한다. 매입가가 원금 대비 평균 5%로 책정돼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신용사면이 이뤄진 이후인 3분기 이후 취약차주가 더 유입될 가능성이 늘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진 데 따른 타격이 큰데다 자금이 부족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배드뱅크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당국 정책 기조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연체율이 더 상승하면 대손비용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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