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건전성과 실적 방어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카드업계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의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반년 만에 총 1조645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부실채권을 매각한 곳은 롯데카드로, 상반기 중 4527억원의 부실채권을 팔았다. 그 다음으로 우리카드(3636억원)와 신한카드(3114억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현대카드의 경우 1956억원의 부실채권 매각으로 올해 상반기 말 연체율이 0.71%로 전년 동기 대비 0.1%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사 중에서 가장 낮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도 올해 1분기 연체율이 2.02%를 기록하며 위험 수준을 보였지만 2분기 들어 연체율이 1.79%로 내려왔다.
이에 대출채권 매매이익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대출채권매매이익은 4038억원으로 전년 동기(3684억원)와 비교하면 8.7% 증가했다. 이는 전년도 전체 대출채권매매이익(6320억원)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 탓에 카드론 수익도 쪼그라들면서 순익 방어를 위해 대출채권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통상 카드사들은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NPL 전문사나 대부업체에 매각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익은 큰 폭 감소했다.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4990억원) 대비 18.3% 줄었다. 수익(14조335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지만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2911억원 감소했고, 대손비용(2643억원)이 확대된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전년 동기 대비 4.8%(6049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취약 차주가 증가해 카드 대출 금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대출 금액은 1조483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 기간 연체율은 3.3%를 기록해 작년 말(2.4%)과 비교해 0.9%p나 뛰었다. 연체율이 점차 악화되면서 향후에도 대손비용 확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부실채권 매각은 건전성 확보와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이지만, 단기적 해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재무제표에서 제외돼 연체율은 낮출 수 있지만, 원금 보다 낮은 가격으로 털어내야 하는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 부실채권의 경우 원금 대비 매입가율이 5~20%에 그쳐 미래 수익은 물론이고 원금과의 차액 수준의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가계대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로 카드론 등 금융 수익도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으로 약 370만명의 차주의 신용이 회복됨에 따라 신규 취약차주 유입이 전망돼 이에 대한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5000만원 이하 연체 빚을 올해 말 안으로 상환할 시 연체 기록을 전면 삭제해주기로 했다. 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해주는 배드뱅크 설립도 예정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제가 불가능한 채권들 위주로 선별해 각사별로 매·상각하는 시기가 있어 해당 시기가 도래하면 매각 채권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최우선 목표는 일단 연체를 안 되게 하는 것이다보니 대손비용 축소를 위해 부실채권을 털어야 한다"며 "변동성이 크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부실채권을 판별하는 AI를 도입하는 등 방안을 다양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