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풀무원이 식품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 확장하고 있다. 2016년 인덕션 출시를 시작으로 여러 생활가전 시장에 도전했으나, 청소기·안마의자 등 일부 분야에서 철수를 경험하기도 했다. 현재는 소형 주방가전과 김치냉장고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풀무원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김치냉장고 148L' 2026년형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김치냉장고의 상위 버전으로, 4가지 온도 전환 모드(김치·냉장·냉동·주류)를 지원해 일반 냉장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은 정가 84만9000원이다.
풀무원은 2016년 인덕션 출시로 가전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방문판매 방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후 청소기 등 생활가전에도 도전했지만, 판매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이후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쿡족'이 늘면서 가정간편식(HMR) 최적 조리가 가능한 오븐형 에어프라이어 '스팀쿡'을 선보였다. 이어 냉장고, 음식물 처리기 등으로 가전 라인업을 확장하며 현재는 '조리-보관-처리'라는 주방의 세 축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완성했다.
풀무원은 식품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가전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5% △2022년 0.9% △2023년 2.1% △2024년 2.9% △2025년 상반기 1.9% 수준으로 경쟁 식품업체보다 낮게 나타난다. 미국 중심 해외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아직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전 시장 진출은 식품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기대 때문이다. 풀무원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식품 제품 조리법을 함께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스팀쿡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가전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2% 성장했고, 2022~2024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42.9%에 달한다. 1~2인 가구 증가도 수요 확대를 뒷받침한다.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주요 매장에 입점했으며, 9월 기준 전국 전자랜드 82개 매장에 김치냉장고를 진열했다. 경기도 의정부 홈플러스 내 첫 오프라인 가전 매장도 열어 다양한 요리 가전을 선보이며 실물 경험 중심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가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스팀쿡은 비교적 성공했으나 김치냉장고 시장은 위니아·삼성·LG전자 3강 체제가 견고하다.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 구매가 신중하며, 브랜드 충성도도 높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률도 떨어진다. 풀무원 148L 김치냉장고는 70~80만원대이나, 용량 두 배 이상인 LG 디오스 324L 제품이 공식몰에서 97만6500원에 판매된다.
또 위탁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기술력과 사후관리(AS)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OEM 생산은 가전 시장에서 일반화됐으나, AS는 자체 제공이 대부분이다. 풀무원은 제조를 중국 가전사에 맡기고, 국내 위탁사인 '위니아에이드'가 AS를 담당한다.
풀무원은 식품과 가전의 연계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요리 가전은 자사 냉동만두와 HMR 제품과 연동된 자동조리모드를 대부분 탑재했고, 김치냉장고는 풀무원의 '톡톡김치'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2022년 나온 두유 메이커는 '원재료부터 챙겨드린다'는 콘셉트로 국산 콩을 패키지에 함께 구성해 판매했다.
풀무원은 현재 계열사 풀무원생활건강의 가전 사업부를 본사로 이전해 가전제품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가전 부문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 매출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꾸준히 성장 중"이라며 "국내 소형 가전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 주목해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차별화된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제품군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