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날이다. 대통령 임기 5년을 감안하면 석달 조금 넘는 이 기간은 대단히 짧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또 변화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일어난 변화, 예상되는 변화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인한 공급과잉 영향으로 몇 년 째 불황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고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에 나섰으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인위적인 사업재편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적극적 개입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이 큰 위기며 “관계 부처로 하여금 석유화학 사업 재편 종합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0일 '석유화학 구조개편안'을 발표하고 업계에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를 실시하게 했다. 개편안에는 △효율이 낮은 생산 설비 감축 및 고부가가치 품목 전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지역 경제 및 고용 영향 최소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정부는 각 석유화학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NCC에 대해 최대 25%(370만톤) 감축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각 기업들에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말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계획을 연말이 아닌 당장 다음 달이라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업계에서는 통폐합을 위한 빅딜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유사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직 통합을 하게 되면 석유화학 업체가 보유한 NCC 설비를 정유사에 넘기고 석유화학 업체는 생산에 집중해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GS칼텍스와 LG화학이 이 같은 방식의 통합을 논의 중이다. 두 회사는 LG그룹 공동 창업주와 관계된 계열사로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두 회사 모두 여수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어 통합을 하게 되면 사업 시너지도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가장 크게 맞은 롯데케미칼은 대대적인 NCC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석유화학 단지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수직 통폐합을, 여수에서는 여천NCC와 수평적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당초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역시 정유사인 GS칼텍스와 수직 통합을 논의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선책인 NCC간 수평적 통폐합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일방적인 통폐합을 강요하는 대신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하는 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5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 등과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기관들은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지원을 신청할 경우 기존 여신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기업이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채권금융회사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고통 분담, 타당한 사업 재편 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신속한 실행을 요구할 방침이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조성 중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조성 중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짓는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하게 되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생산이 이뤄지게 되면 에쓰오일의 국내 에틸렌 생산량도 10위에서 4위로 단숨에 상승하게 된다. 특히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막대한 자금력과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존은 더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에는 사업 재편에 따른 공정거래법 공동 행위 예외 적용과 재정 지원, 근로자 고용안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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