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날이다. 대통령 임기 5년을 감안하면 석달 조금 넘는 이 기간은 대단히 짧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또 변화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일어난 변화, 예상되는 변화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 중 '상법 개정안'은 취임 100일 만에 2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를 넘으면서 투자자들의 오랜 염원을 해소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대 주주의 이익에 집중됐던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취임 한 달여 만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차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 충실의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명시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집중 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자사주 소각 유도 등 내용도 담았다.
상법 개정은 늘 자본시장의 뜨거운 화두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재벌' 즉, 오너 일가의 이익에 집중해 왔다. 기업이 큰 이익을 내더라도 '성장' 혹은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으로 주주 배당보다는 재투자와 유보금으로 활용됐다.
새로 투자한 사업이 주목받으며 급성장이라도 하게 되면 기업은 인적·물적분할을 추진하거나, 총수의 자녀 등에게 대물림 됐다. 그렇지 않더라도 후계자들이 설립한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반복된 M&A로 세를 불려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주식이 희석되거나 주가가 하락했고, 개인 주주들은 손해를 입은 뒤 시장을 떠나기를 반복했다.
이같은 기업의 행태를 철폐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국회에서 다뤄졌다. 소액주주의 이사 선임권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2011년과 2020년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재계 등이 경영권 불안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고, 두 차례 모두 무산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3%룰 역시 2013년부터 논의됐지만 외국계 투기 자본의 공격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한적으로만 도입됐다. 전자투표제 역시 기업의 선택사항으로만 도입됐다.
이들 안건은 이재명 정부의 1, 2차 상법 개정안에 담겨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업이 최대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쌓아둔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9월 국회 통과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상법 개정안이 한국의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판단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논평을 통해 "지배구조의 문제는 기업의 성과와 분배에 가장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주주들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것은 소액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추상적 목표였고,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도입', '감사위원 선출 시 3%룰 보완' 등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기업활동에 잘 투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당론으로 제시했던 상법 개정안의 5가지 사항은 모두 법제화됐다"면서 "상법 개정은 끝나지 않았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됐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기존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는 등 경영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의 내부 전략이나 기밀이 외부로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장기적 투자와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단기 배당 확대나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8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경제형벌이나 인센티브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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