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 4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이민당국에 의해 불법체류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이 석방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와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7일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조지아주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10일(현지시간)께 한국 정부에서 보낸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들 근로자들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건설 현장에 투입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총 475명의 근로자들이 이민당국에 의해 불법체류 등 혐의로 구금됐다. 이들은 대부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 다음날인 5일에 백악관에서 "내 생각에 그 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한미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현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한국 기업의 노동자들이 취업과 노동이 가능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데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그동안 잦은 돌발상황이 있었던 만큼 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국경 차르' 톰 호먼 안보총괄책임자는 이번 HL-GA 배터리 공장과 같은 기업체 단속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톰 호먼은 7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동 현장에 대한 단속 활동을 늘릴 것"이라며 "이 나라에 불법으로 입국하는 것은 범죄이고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도 범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직원들의 미국 출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파견 근로자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 임직원들 역시 "비자 문제로 단속된 경우 몇 년간 다시 미국을 들어가기 어려운 걸로 아는데 HL-GA 핵심 인력들의 미국 입국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우선 사태 수습과 함께 현지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을 진정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대미 투자기업 간담회를 열고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과 비자 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HD현대, 한화솔루션, LS 등 현재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자 문제와 각 기업들의 인력 운영 현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0차 통상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기업, 국민이 부당하게 권익을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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