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제품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와 조치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열연후판에 대해 최대 34.10%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반덤핑팀을 신설해 해당 사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철강업계 보호란 명분은 분명하지만 향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무역위는 전날 제463차 회의를 열고 중국산 열연후판이 국내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고 판정하고, 향후 5년간 27.91~34.1%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중국 주요 제철사 9곳(바오스틸, 장수사강, 샹탄스틸 등)은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앞으로 5년간 수출 가격을 일정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가격약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약속은 덤핑 방지 관세와 같은 국내 산업 피해 구제 수단이다. 최초 최저 수출가격과 분기별 조정가격 산정 방식들을 약속하고 만일 이를 어길 경우에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가격 인상에 참여하는 중국의 9개 제철사는 향후 5년간 분기마다 수출 물량과 가격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무역위는 가격 인상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 철강 기업에 대해서는 5년간 34.1%의 최종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열연후판에는 올해 4월 예비판정에 따라 27.91~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 중이다. 열연후판은 두께 6밀리미터(mm) 이상의 강판으로 선박, 건설, 중장비 등 핵심 산업의 기초 소재로 사용된다. 국내 주요 생산업체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다. 

정부의 제도적 대응도 병행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반덤핑팀'을 신설했다. 무역위가 조사 및 판정한 사안을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가격 약속 협의나 사후 점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최근 반덤핑 관세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6건, 올해는 8월 현재 8건(조사 중 7건 포함)으로 늘어나면서 대응 전담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진짜 문제는 중국 덤핑이 아니라 미국의 고율 관세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보호무역주의가 아닌 혁신과 효율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반덤핑팀 신설은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근본 원인에 대한 잘못된 치료법을 처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철강 산업에서 미국의 무역 장벽을 대응하기 위해선 미국 내 시장점유율 회복과 다각화된 수출 포트폴리오를 통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철강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입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일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요소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내비쳐 보복 조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팀 신설과 최대 34.1% 관세 부과는 한국의 철강 통상 정책이 방어에서 적극 대응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며 "국내 산업 보호 효과가 단기적으로 분명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에 나서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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