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한국 철강산업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빠졌다. 수요 급감, 중국의 저가 공세, 글로벌 시장 변화라는 악재 속에서 국내 주요 제철사들이 줄줄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국내 산업의 한 기둥인 철강업이 흔들리며,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7월부터 한 달간 인천공장의 전체 공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연간 철근 220만톤(t)을 생산하며 연 매출 40%을 차지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이번 셧다운의 이유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원가 이하로 가격 형성된 시장 환경 등에 따라 공급 과잉 해소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공장 운영중단은 이번이 처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1제강공장과 11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셧다운 했다. 제강은 쇳물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공정이고 선재는 고로에서 생산된 반제품을 제품화시키는 공정을 의미한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 4월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라인 중단 결정을 내린 바있다. 회사 측은 수요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 '중국 철강제 공세'···기업과 정부 협력 필수 = 업계는 철강 산업 침체의 장기화 원인으로 수요 급감과 더불어 공급 과잉을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가격 공세'를 가장 위협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의 힘을 넘어 정부가 함께 대처해야 할 사안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877만t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철근뿐 아니라 열연, 후판 등 범용 철강 제품에서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 대비 약 20%, 열연강판은 5~10% 저렴하게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부진과 제조업 침체로 내수 소비가 감소하자, 중국에서 생산된 물량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해외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은 9년 만에 최고치인 1억38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 종합금융사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철강 수출이 올해를 기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설 것이라 내다봤다. 세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와 더불어 중국 철강 제품에 대한 각국의 반덤핑 관세 강화가 예상된다는 해석이다.
◇ '꼼수 전략' 내세우는 중국, 정부 측 제도 강화 필요 = 중국 철강 업체들 역시 세계 각국의 반덤핑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반덤핑 규제가 적용되는 열연·후판 대신, 컬러 후판 등 비규제 품목을 활용해 ‘꼼수 수출’을 나서고 잇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정부의 △감시 강화 및 세부 품목 추가 검토 △원산지 규정 및 실사 강화 △불법 유통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역시 산업부와 관세청을 중심으로 '철강·알루미늄 통상 리스크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수입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증명서 제출 의무화, 원산지 위반 단속 강화 등 다각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며 “민관이 합심해 수입재 대응, 수출 다변화, 고부가 제품 전환 등 중장기 전략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철강 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을 인수하는 데 대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투자를 승인할 것"이라고 공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세계 철강 생산량 3위 규모의 거대 기업 탄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달리 한국 철강업계는 각 사별로 고립된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수요 감소, 보호무역주의 확산, 원가 상승이라는 구조적 악재 속에서 기술력 고도화, 공급 재조정, 통상전략 등에서 업계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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