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제조업 전반에도 제품을 가리지 않고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체질을 개선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부진의 늪에 빠진 제조업이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BYD 중형 세단 씰 (사진=BYD)
BYD 중형 세단 씰 (사진=BYD)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가 산업계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는 거세지는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철강 업계는 가격 경쟁력 상실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구조적 부담 속에 존립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의 공세적 시장 확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첫 출시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가 출고 두 달 만에 누적 계약 1000대를 돌파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어서다. 동급의 국산 전기차들과 유사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성과에 자신감을 얻은 BYD는 라인업 확대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에 중형 세단 씰과 중형 SUV 씨라이언7을 투입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BYD를 시작으로 다른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커, 립모터 등이 시장 진입을 예고하면서, 차해전술(車海戰術·수많은 업체를 앞세워 시장을 압박하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 둔화와 재고 부담에 시달리는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 현대차·기아로서는 이러한 중국발 변수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긴장 국면에 접어든 사이, 철강 업계에서는 가시적인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중기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7월부터 한 달간 철근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제강·선재 공장을 연달아 폐쇄했다.

현대제철 자동차용 강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자동차용 강판 (사진=현대제철)

경영 환경 악화의 근저에는 중국산 저가 공세가 자리한다. 국산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품질 격차까지 사실상 해소되면서 가공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중국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 불균형 고착화에 따른 산업 기반 약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 

철강 업계의 위기는 그 여파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외에 실질적인 수입 규제나 후속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환경 기준과 품질 인증 같은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부터 미국이 외국산 철강 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이어 대외 수요마저 위축되면서, 업계는 내수 부진과 수출 부진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희망 퇴직과 임원 급여 삭감 등 자구책을 총동원하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정책 공백이 이어질 경우, 경쟁력 상실과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업계는 현재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이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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