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미국과의 조선 협력 강화 흐름 속 실질적인 첫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 양국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합의한 이후 수주한 이러한 MRO 사업 건은 국내 조선 3사가 미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미 양국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로 이번 상호관세 15% 체결에 핵심 카드 역할을 한 것으로 꼽힌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 △선박 건조 △공급망 재구축 △MRO △인력 양성 등 미국 조선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 MRO 수주로 美 시장 발판 마련 = 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MRO 수주에 나서며 미국 해군과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t)급 군수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MRO 시장 진출 후 첫 성과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소 내 독 부족 등으로 MRO 관련 사업 수주에 신중했지만, 현재는 연간 5척 수준의 수주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다음 달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프로펠러 세척, 탱크류 점검, 장비 검사 등의 정기 정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정기 정비의 경우 조선소 내 독을 사용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추가적인 MRO 사업은 독 운영 상황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총 세 건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며 해당 분야에서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선 실적을 기록 중이다. 월리 쉬라함과 유콘함 등의 정비 성과가 높이 평가되며, 지난 7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찰스 드루'함 정기 수리까지 따냈다.
미 해군 MRO 사업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한화오션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필리조선소를 방문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 및 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화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MRO 등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 MRO는 시작...미 군함 신조 수주 목표로 해야 = 업계에서는 MRO 수주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MRO 사업 자체의 수익성은 제한적이다. 미국 해군 7함대가 보유한 군수지원함 35척의 연간 정비 예산은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 수준으로, 이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1척의 수주 가액과 비슷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MRO를 단순 수익사업이 아닌, 기술력 검증과 신뢰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미국 군함 및 전투함 건조는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해외 위탁이 불가능하다. 7함대 군수지원함의 MRO만 예외를 둬 해외 조선소에 맡기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의 조선소에도 군함 건조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군함 건조 수주까지 이어지는 장기 전략 수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올해 들어 미국 방산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조선 그룹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연이어 기술협력을 맺으며 미국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화오션도 필리조선소 인수 후 첫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7일 LNG 운반선 건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 조선소 신설과 공급망 재구축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HD현대의 MRO 수주는 마스가 프로젝트 이후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조선소들이 미국 내 신조 수주로 이어가기 위해 MRO 수익성 제고와 더불어 숙련된 인력, 부품 공급망 확보 등 실질적 경쟁력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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