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증시 호황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광고선전비 지출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품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고, 리테일 투자자를 겨냥한 브랜드 노출 필요성도 높아지며 운용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22일 각 사 영업보고서 등 공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광고선전비는 130억3813만원으로 전년 동기(102억원) 대비 2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9억6335만원을 집행했다. 미래에셋운용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에서는 업계 최고 실적을 냈지만, 광고·마케팅 경쟁에서는 삼성운용이 더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이 밖에도 KB자산운용(3분기 누적 35억원), 한화자산운용(28억원), 신한자산운용(11억원), 키움자산운용(1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9억원) 등 주요 운용사들도 전년보다 광고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한자산운용은 3분기에만 5억원 이상을 집행하며 상반기 전체와 맞먹는 규모로 광고비를 확대했다. 전년 동기(약 6억원) 대비 70% 이상 증가한 수치로, 광고비 증가가 대형사뿐 아니라 중형사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시장 성장이 광고비 확대를 뒷받침했다.
국내 ETF 시장은 1년 사이 약 110조원이 늘어 이달 280조원까지 커졌고, 상장 상품 역시 1044개로 증가했다.
신상품 출시가 잦아지고 상품 간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운용사들이 앞다투어 초기 인지도 확보에 나선 점도 광고 지출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광고선전비 집행 규모가 컸던 7개 운용사의 3분기 누적 지출은 전년보다 약 50억원, 16% 이상 증가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워낙 빠르게 커지다 보니 초기 인지도가 중요해졌다"며 "상품이 많이 출시되는 시기에는 브랜드 노출을 유지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광고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고비 확대에는 ETF 시장 점유율 변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23년 ETF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은 이후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같은 시기 AI·반도체·전략형 등 신규 ETF를 잇달아 출시하며 초기 인지도 확보 필요성이 커진 점도 광고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운용의 연간 광고선전비는 2024년 154억원으로 2023년(79억원)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광고 지출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판관비 부담을 키우지만, ETF 설정액 증가와 운용보수 수익 흐름이 유지되면서 실적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 출시가 많아지면서 초기 인지도가 중요해졌다"며 "광고비 부담은 있지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홍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고비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지출 확대보다 상품별 성과와 마케팅 효율을 어떻게 가려낼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운용사가 시장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할지가 향후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