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자금이 운용상품으로 유입되면서 운용자산이 확대된 영향이다.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펀드 평가가치가 높아진 점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올해는 실적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나며 업계 내 경쟁구도가 한층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주요 8개 자산운용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총 7182억원으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834억원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전분기(884억원) 대비 220%, 전년 동기 대비(1325억원) 113% 늘어난 수치다. ETF를 포함한 운용자산 확대와 평가이익 회복이 실적을 이끌었고, 해외 ETF·대체투자 기반 수익이 꾸준히 늘며 수익구조가 안정된 점도 영향을 줬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자산운용의 영업이익은 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2분기까지 KB자산운용에 다소 뒤처져 있었지만, 3분기 들어 운용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며 격차를 좁혔다. KB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1130억원으로 46%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자산증가와 운용보수 확대가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다른 운용사들도 고르게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09억원(67%), 신한자산운용은 423억원(32%), 키움투자자산운용은 420억원(94%), 한화자산운용은 399억원(31%), NH아문디자산운용은 336억원(55%)으로 집계됐다. 이들 모두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자산이 꾸준히 늘어난 흐름이 실적 개선에 공통적으로 기여했다.
ETF 시장의 급성장도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ETF 순자산총액은 1년 사이 약 110조원이 늘어 이달 280조원을 넘어섰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최근 10조원 안팎을 유지하며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연금·기관 자금까지 투자 비중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10월 이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어, 운용보수 기반 수익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 순자산총액도 9월 말 이후 30조원 이상 늘어 실적 모멘텀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에 가장 꾸준하게 자금을 공급하며 시장 흐름을 받쳐온 주체는 외국인보다 금융투자, 즉 ETF 자금"이라며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지속되는 만큼 운용사들의 관리 자산 규모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부담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3분기까지 삼성자산운용은 광고선전비에 130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21% 늘었다. 미래에셋운용 역시 13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전년동기대비 17.12%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7~9월 3개월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운용이 47억원, 삼성운용은 38억원을 써 미래에셋의 지출이 좀 더 크다.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신상품 출시와 홍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비용 증가는 내년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 환경과 자금 흐름이 대부분 운용사에 우호적이었다"며 "4분기까지는 개선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내년에는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